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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조기폐쇄 손실 7277억원 혈세로 메꾼다…한수원, 비용보전 신청

입력 | 2022-09-16 20:36:00

뉴스1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7277억 원 규모의 비용 보전을 정부에 신청한 사실이 16일 확인됐다. 월성 원전 1호기는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2018년 조기 폐쇄가 의결되고 2019년 12월 영구정지 됐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국민 혈세로 메꾸게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실에 따르면 한수원은 6월 산업통상자원부에 7277억 4600만 원의 월성 원전 1호기 비용보전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초 2022년까지 월성 원전 1호기를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승인을 받기 위해 한수원이 설비에 투자한 비용 5555억 2200만 원과 월성 원전 1호기 운전을 위해 구입한 물품 비용 146억 8000만 원 등이다. 국민의힘은 “한수원은 월성 원전 1호기를 계속 가동하기 위해 준비해왔지만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으로 2019년 가동이 중단되면서 이 같은 비용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이 정부에 비용보전을 신청할 수 있었던 것도 문재인 정부 당시 내려진 결정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포함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발표하며 에너지 전환 정책 이행에 따른 비용을 정부가 보전하기로 정했다. 이어 정부는 2021년 6월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을 사용해 탈원전 매몰비용을 보전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해 법적 근거까지 마련했다.

전력기금은 국민이 낸 전기요금 중 매달 3.7%를 떼서 조성하는 일종의 준조세 성격의 재원으로, 주로 도서·벽지 전력 공급 등을 위해 쓰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시행령 개정으로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전 사업 손실 보전에도 쓰일 수 있도록 용도가 추가된 것. 이번에 한수원이 정부에 비용 보전을 신청한 것도 이 시행령이 근거가 됐다.

한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으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가 결정되자 비용보전 신청을 위한 ‘월성 1호기 비용보전 태스크포스(TF)’를 자체적으로 운영해왔다. 이후 6월 이사회 의결을 거쳐 7000억 원이 넘는 비용보전 신청안을 산업부에 낸 것. 이에 대해 권 의원은 “탈원전 정책 실패의 청구서가 국민에게 하나 둘 날아오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으로 인한 국민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한 약속이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의 신청에 따라 산업부는 비용보전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진행한 뒤 구체적인 비용보전 범위와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전액이든 일부든 보전을 해주는 것으로 결정이 나면 비용은 전력기금에서 나간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내부 검토 중”이라며 “중간에 자료 보완 등의 과정도 거칠 수 있기 때문에 올해 연말까지는 결론이 안 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의위원회 의결 후 정부 안이 확정되면 국회 예산 심의를 거쳐 최종 비용보전 액수가 결정된다.

여기에 한수원은 월성 원전 1호기 외에도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에 따라 사업이 중단된 강원 삼척시 대진 1·2호기와 경북 영덕군 천지 1·2호기 등에 대한 비용보전도 신청할 계획이다. 당초 신규 원전인 대진·천지 원전을 준비하고 있었던 한수원은 2018년 두 원전의 사업 종결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탈원전 정책에 따른 국민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