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금속 거래 플랫폼 개발-운영 ‘금방’ 블록체인 기술로 金거래에 혁신 창업 3년만에 매출 2000억 급성장
귀금속 거래 플랫폼 ‘업스토어’를 운영하는 회사 ‘금방’의 임진리 대표이사가 자사의 업스토어 앱과 금을 들고 업스토어의 배송 택배함 앞에 섰다. 업스토어 덕분에 귀금속 업계는 결제용 금을 일일이 잘라서 세공업체에 건네지 않고, 완제품을 멀리서 더 손쉽게 찾아갈 수 있게 됐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금은방에서 금 장신구를 주문하면 소비자는 잘 모르는 독특한 거래 과정이 시작된다. 금은방 뒤에는 도매상이, 그 뒤에는 귀금속 세공업체가 있다. 소비자가 고른 디자인을 금은방은 도매상에 주문하고, 도매상은 다시 세공업체에 주문을 넣는다. 이후 거래 과정이 여느 제품의 유통 과정과 차이가 있다. 작품이 완성되면 세공업체는 도매상에 물건을 찾아가라고 알린다. 이때 도매상은 주문한 장신구의 금 무게와 비슷한 금 덩어리와 세공비, 두 가지를 준비해서 세공업체를 찾는다. 두 업자는 만난 자리에서 완제품의 무게를 소수점 아래 두 자릿수까지 잰다. 그 뒤 도매상은 그 자리에서 원재료인 금을 잘라 소수점 아래 둘째 자릿수까지 정확하게 맞춰 건넨다. 결제에 쓰이는 이런 금은 ‘결제금’으로 불린다. 세공비는 별도로 돈으로 지불한다. 도매상이 가져 온 완제품을 금은방에 넘길 때도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금은방 알바에게 이상했던 풍경
금방의 ‘업스토어’ 서비스는 귀금속상들이 결제금을 자르는 수고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세공업체에 갈 금만 업스토어에서 잘라 줌으로써 거래 편의성을 높였다.
임 대표는 “해외로 돈을 보내는 것도 앱으로 편리하게 처리되는 디지털 시대에 장신구용 금이 아직껏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본 그때 사업 기회를 본 것 같다”고 했다. 게다가 실물 금 거래 관행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행해지는 일이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금값에 의한 손익을 없애기 위해서는 원재료인 금을 실물로 주고받아야 했던 관행이 귀금속 업계가 생긴 뒤로 바뀐 적이 없었던 것이다.
건국대 생물공학과 졸업을 앞두고는 취직보다는 창업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했다. 창업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SW) 기술이 필수라고 여겨 삼성멀티캠퍼스에 어렵게 입학해 코딩을 배웠다. 컴퓨터 관련 전공이 아니어서 6개월 과정 중 4개월가량 수업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매일 울다시피 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쉽게 풀이한 강의를 접하고는 교육 과정을 조금씩 이해하면서 코딩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키우게 됐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블록체인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고, 한국산업기술대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강사까지 지냈다.
○5만여 귀금속 제품 소개하는 ‘업스토어’
서비스 출시 2년 6개월 만에 업스토어는 국내 귀금속 제품 목록을 가장 많이 갖춘 곳이 됐다. 귀금속을 3300여 가지로 분류해 두고 5만여 제품을 소개한다. 다이아몬드도 1400여 종이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금은방과 도매상에 금을 파는 데서 나온다. 금을 민간 금 유통기업인 금거래소에서 도매금액으로 매입해 이를 판매하면서 약간의 수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서비스 시작 이듬해인 2021년에 19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000억 원을 올렸다. 매출이 급격히 늘면서 취재가 있던 지난달 31일 종로세무서에서 조사를 나올 정도였다. 임 대표는 “올해 2000억 원 매출을 예상하고, 영업이익은 2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내년에는 KRX 금시장에 금 공급 자격
디자인 회의를 하고 있는 금방(주)의 직원들
올해는 대부분의 매출과 이익이 결제금을 대신하는 디지털 송금 서비스에서 나왔지만 내년에는 도매업체나 세공업체의 귀금속 상품을 플랫폼을 통해 금은방에 판매하는 서비스를 더 고도화해 수익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귀금속을 온라인상에서도 실제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렌더링 기술을 보강해 실제 제품을 만들지 않더라도 금은방이 귀금속의 품질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해 시장을 키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관련 기술을 가진 외국 기업 인수도 추진 중이다.
○“장롱 속 금에 수익 지급하는 서비스도 만들 것”
국내에 있는 금은 KRX 금 시장을 통해 개인이 보유하는 19t(1조5000억 원어치)과 귀금속 시장을 통해 개인이 보유하는 700t(50조 원어치)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금은 금고나 장롱 속에 오랫동안 묵히는 경우가 많다.임 대표는 한정된 자원인 금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금의 거래를 활성화하는 B2C 서비스를 내년 중 선보일 계획이다. 개인들 간에 금 거래를 중개하고 정련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 나아가 개인들이 장롱 속에 보관 중인 금을 전국 금은방을 통해 빌린 뒤 이를 활용해 장신구 등을 만들어 팔고 남은 수익을 돌려주는 서비스도 만들 계획이다. 장롱 속 금에 이자를 붙여주는 셈이다. 개인 간 거래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킬 생각이다. 앞으로 할 B2C 서비스를 위해 SW 개발자를 비롯해 운영에 필요한 인재들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임 대표는 “한정된 자원인 금의 활용도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세계적인 투명한 금 거래 플랫폼이 되는 것이 꿈”이라며 “소비자는 굳이 음성적인 거래를 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손쉽게 믿을 만한 금을 싸게 구입·투자할 수 있고, 귀금속 업계는 ‘탈세’ 같은 어두운 시선에서 벗어나 귀금속 산업 그 자체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