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점령했던 ‘이줌’에 집단매장지 “민간인-어린이 수십명 포함” 증언 시신 여러구에선 잔혹한 고문 흔적 러 병사, 퇴각전 ‘전역 호소’ 편지 써
15일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한 북동부 요충지 이줌에서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 군인들이 금속탐지기로 폭발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 집단 매장지에서 최소 440구의 시신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우크라이나 당국은 부차와 마리우폴에 이은 대량학살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정밀 조사 중이다. 이줌=AP 뉴시스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한 동부 요충지 이줌에서 집단 매장지가 발견됐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15일(현지 시간)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집단 학살이 있었던) 부차, 마리우폴에 이어 불행하게도 이번엔 이줌”이라며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살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6월 키이우 인근 소도시 부차에서는 손이 뒤로 묶인 채 처형당한 시신 등 458구가 발견됐다.
AP통신은 집단 매장지가 이줌 외곽 숲에 있었으며 나무 십자가가 꽂힌 수백 개의 무덤이 보였다고 전했다. 하르키우 지역 고위 경찰 관계자인 세르게이 볼비노우는 영국 매체 스카이뉴스에 집단 매장지에서 최소 440구의 시신이 발견됐다며 “수복 지역에서 발견된 집단 매장지 중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매장된 시신은 총에 맞거나 포격, 지뢰 공격, 공습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줌 거주자인 세르게이 고로드코는 매장지에 묻힌 수백 명 중에는 군인뿐 아니라 러시아가 아파트를 공습해 사망한 민간인과 어린이 수십 명도 포함되어 있다고 증언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운영하는 고문실을 하르키우에서 10곳 이상 발견하고 발라클리야에서도 2곳 발견했다”며 “여러 구의 시신에서 귀를 자르는 등의 잔혹한 고문 흔적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