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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정연욱] ‘조정훈 때리기’ 딜레마

입력 | 2022-09-17 03:00:00

민주, 여론조사 선택적 인용은 내로남불
‘정치쇼’ 논란 불식할 대국민 소통 나서야



정연욱 논설위원


169석 더불어민주당의 ‘조정훈 의원 때리기’가 점입가경이다. 의석이 1석뿐인 시대전환 의원을 겨냥한 파상 공세가 전방위로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김건희 특검법’ 처리의 열쇠를 조 의원이 쥐고 있어서다.

지금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여당이 반대하는 김건희 특검법안의 법사위 통과가 어려운 구도다. 그래서 민주당은 국회 논의 기간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안건이 자동 상정되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검토 중이다. 일종의 우회로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선 법사위원 18명 가운데 최소 11명이 동의해야 하지만 민주당 법사위원은 10명으로 딱 1명이 부족하다. 비교섭단체 소속 조 의원이 손을 들어줘야 하는데 조 의원의 반대라는 암초를 만난 것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추진은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한다. 그 근거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들고 있다. 그러나 불과 4개월 전으로 가보자. 민주당이 3·9대선 패배 직후 검찰개혁 완성판이라고 밀어붙인 ‘검수완박’ 입법에 대해선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훨씬 높았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 ‘대못 박기’ 아니냐는 국민들의 반감은 개의치 않았다.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통과를 위해 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키는 꼼수도 불사했다. 민주당에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는 나 몰라라 했다. 이런 게 ‘내로남불’ 아닌가.

조 의원은 2년 전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더불어시민당은 총선 이후 민주당과 합당했지만 조 의원은 민주당으로 가지 않고 미니 정당인 시대전환으로 갔다. 출신만 따지면 범민주당 계열이지만 독자 노선을 걸었다. 민주당이 주도했던 검수완박 입법에 대해서도 “우상이었던 민주화 선배들이 괴물이 돼가는 듯”이라며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 정권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은 조 의원의 ‘태생’을 문제 삼았다. 조 의원을 향해 “어떻게 해서 국회에 들어오게 됐는지 한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한 것. 민주당이 만든 위성정당 출신이니 대놓고 배은망덕하지 말라는 겁박으로 들린다. 위성정당 출신 의원은 민주당의 영원한 2중대일 뿐이라는 해묵은 패권 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핵심 공약이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에 반대했던 금태섭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킬 당시 거칠었던 분위기가 연상된다.

김건희 특검법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한 맞불 카드 성격이 짙다. 김건희 리스크가 여권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입법 드라이브는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거야(巨野)가 행사할 수 있는 최대의 무기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확실한데 특검법이 현실성이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없지 않다. 조 의원이 연일 “현실성 없는 특검법은 노이즈 마케팅이자 정치 쇼”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김건희 여사 주변을 둘러싼 이런저런 의혹과 잡음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편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유례가 없는 영부인 팬클럽이 버젓이 활동하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특검 운운하며 몰아붙이는 것도 능사가 아닐 것이다. 더욱이 특검 추천을 여야 합의가 아니라 사실상 민주당 단독으로 하겠다는 법안 내용을 국민들이 얼마나 수긍할 수 있을까. 민주당은 조정훈 때리기를 넘어선 대국민 소통에 나서야 할 때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