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복합위기 악화]나라 안팎서 커지는 경기침체 경고음 올해 2분기 재고지수 18.0% 늘어… 정부 “경기둔화 우려” 넉달연속 전망 세계銀 “금리상승 50년간 못본 수준… 작은 충격에도 침체 빠질 수 있어”
국내 기업들의 재고가 2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가운데 세계은행이 전 세계 경제가 침체를 향해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들어 가파르게 뛰고 있는 환율은 장중 한때 1400원에 육박하며 치솟은 국내 물가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분기(4∼6월) 산업활동동향의 제조업 재고지수 증가율은 18.0%였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분기(22.0%)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재고지수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기 예측을 위한 주요 경제지표 중 하나다. 대한상의는 이 같은 현상이 대외 변수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 아닌 본격적인 경기 침체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은 15일(현지 시간) 낸 보고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임박했나’에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5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동시에 대폭 인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은행은 “각국 중앙은행의 목표 물가상승률에 도달하려면 (투자자 전망보다) 추가로 2%포인트가 올라가야 할 것”이라며 “이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은 0.5%로 둔화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4%가 된다. 이론적으로 경기 침체에 빠지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세계 3대 경제인 미국, 중국, 유럽이 동시에 경기가 둔화되는 등 경제 불확실성으로 아주 작은 충격에도 세계 경제는 침체의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3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399원까지 상승했다가 1388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최고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31일(1422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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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만의 재고지수 최대 증가율을 마주한 기업 현장은 이미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업들의 생산량 조절에 비해 판매량이 추락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하반기(7∼12월)와 내년 경기 전망에 먹구름이 끼었다.
세부 업종별로는 ‘비금속 광물제품’(79.7%), ‘코크스·연탄 및 석유정제품’(64.2%),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58.1%), ‘1차 금속’(56.7%) 등의 재고자산 증가율이 특히 높았다. A, B사의 사례처럼 지난해 원자재 가격 리스크 대응을 위해 재고 확보에 나섰던 정유사 등 소재업계,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전자업계가 특히 타격을 입은 것이다.
글로벌 수요 위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금리 인상 추세도 지속되는 등 대외 요인도 녹록지 않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연말 미국 기준금리 예측치를 기존 3.75∼4.0%에서 4.0∼4.25%로 올렸다. 이미 시장에선 이달 20, 21일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소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상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공포가 확산 중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하반기 경기 급락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정부가 최근 무역수지 개선, 중장기 수출 경쟁력 강화 지원 등 수출 종합 전략을 발표한 만큼 이를 조속히 실행에 옮기고, 코리아 세일 페스타(코세페)·동행세일 등 내수 진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하반기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