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먹거리 물가가 급등함에 따라 저렴한 한 끼를 책임졌던 ‘라면에 김치’ 공식이 깨지고 있다. 한꺼번에 장을 봐서 밥상을 차리는 대신 대형마트 즉석식품 코너에서 끼니를 해결할 식품을 사거나 편의점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생필품만 사는 소비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오뚜기는 다음달 10일부터 라면 제품 출고가를 평균 11%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가격인상을 단행한 지 약 1년 2개월 만이다.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진라면(1봉지)’은 기존 620원에서 716원으로 15.5%, 진비빔면은 기존 970원에서 1070원으로 10.3% 오른다. 오뚜기 관계자는 “고환율이 지속되는 데다 원재료값, 물류비 등 각종 비용 부담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농심도 이달 15일부터 ‘신라면’ 등 라면 제품 26개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했다. 대형마트 기준 신라면 1봉지 평균 가격은 기존 736원에서 830원으로 조정됐다. 팔도는 다음달 1일부터 ‘팔도비빔면’, ‘왕뚜껑’ 등 12개 라면 제품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 포장김치 가격도 줄줄이 오른다. 대상은 다음 달 1일부터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올리기로 했고 CJ제일제당은 이달 15일 비비고 김치 가격을 평균 11% 인상했다.
외식비보다 부담이 적은 대형마트 내 즉석조리식품 코너를 찾는 수요가 오름세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달 5일부터 이달 4일까지 즉석조리식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9% 증가했다. 특히 ‘런치플레이션(점심식사+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점심시간대(오전 11시~오후 2시) 매출은 64% 급증했다. 샌드위치·샐러드(247%), 도시락(189%), 김밥(111%) 등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품목이 인기였다. 한상인 홈플러스 메뉴개발총괄이사는 “외식비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발길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등에서 한꺼번에 장 보는 대신 편의점에서 그때그때 먹을 만큼만 장을 보는 이들도 많다. 이달 1~14일 세븐일레븐이 운영하는 초저가 자체브랜드(PB)의 달걀과 두부, 콩나물, 삼겹살 등 상품 매출은 출시 초기인 7월 동기간보다 8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꼽히는 라면과 김치 등의 가격이 오르는 등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자 편의점의 초저가 자체브랜드 제품을 찾는 수요가 많아졌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