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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질문 앞둔 이재명, ‘강한 야당’ 표방하며 정면돌파 시도

입력 | 2022-09-18 17:49: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9.14/뉴스1 ⓒ News1


“국민이 원하는 일에 대해선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겠다.”

“우리가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데, 국민 여론에 반하는 예산이 통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16일 전북 현장 최고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강한 야당’을 표방하며 대여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강조하며 노란봉투법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비롯한 정기국회 주요 쟁점 법안에 대한 당 차원의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19일 시작하는 국회 대정부질문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확실한 정책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李 “민주당 다수 의석 활용해야”
 당초 지난달 당 대표 선출 직후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을 여러 차례 제안하는 등 ‘협치 모드’를 이어 오던 이 대표가 ‘강경’ 노선으로 본격 전환한 것은 검찰의 기소 이후다. 지난 14일 “정부는 정적 제거에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말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데에 이어 최근 윤 대통령의 정책 등에 대해 연일 날선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재명호 출범 직후부터 먼저 정부여당에 협치를 제안했지만 반응이 없으니,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도 이 대표의 노선 전환에 따라 적극적으로 ‘입법 공세’에 나섰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당은 “거대 야당의 불법 날치기”라고 반발했지만 이 대표는 “이런 것이야 말로 속도전으로 국민을 위해 주어진 권한을 최대치로 행사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일축했다. 여권 일각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그러지 않으실 것”이라며 “쌀값 안정이라고 하는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일에 대해 과거 대통령께서도 후보 때 시장격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하기도 했다. 야권 관계자는 “‘민생’ 키워드를 내세울 수 있다면 다수 의석을 활용한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의 영빈관 신축 논란이 일었을 때도 “(예산 878억 원은) 수재민 1만 명에게 1000만 원 가까이 줄 수 있는 돈”이라며 “어쨌든 국회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못하는 것 아니냐. 우리가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는데 국민 여론에 반하는 예산이 통과되지 않도록 하는 건 우리의 의무”라며 국회에서의 ‘예산 전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 ‘이재명표’ 법안 통해 존재감 부각
이 대표는 민주당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선정한 22대 민생 입법 과제에도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도 주요 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올해 말까지 여야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쟁점 법안으로는 노란봉투법과 양곡관리법 개정안 외에도 ‘금리폭리방지법’,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이 꼽힌다. 이 대표는 은행이 이자율 산정방식과 근거를 공개하도록 하는 금리폭리방지법’(은행법 개정안)도 금리 인하 방책 중 하나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권에서는 ‘반(反) 시장적 규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계약 기간 중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을 때 계약 종료 시 대금을 의무적으로 조정하는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및 플랫폼 업계 규제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확실한 정책 주도권을 선점해 강한 야당 대표로 존재감을 부각한다는 전략”이라며 “28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자연재해 지원금 현실화, 불법사채 무효법 등 ‘이재명표’ 민생 법안들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