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고교-대학생 16개팀 출전 만두 등 한글조리서에 수록된 음식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음식 재현 톡톡 튀는 세련된 요리 많이 나와
대전시 주최로 ‘대전 전통음식 현대화를 위한 학생 요리경연대회’가 17일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서 고교 및 대학생 16개 팀이 출전한 가운데 열렸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200년 만에 대전 전통음식이 새롭게 진화했다.’
대전시(시장 이장우)는 대전의 전통조리서인 ‘주식시의(酒食是儀)’와 ‘우음제방(禹飮諸方)’을 널리 알리고, 이를 바탕으로 대전 전통 및 대표 음식을 발굴하기 위해 대전지역 고교 및 대학생 요리대회를 17일 개최했다고 밝혔다.
주식시의와 우음제방은 송영노(1803∼1881)의 부인 연안 이씨가 처음 편찬한 뒤 대를 이어 기록한 한글 조리서다. 송영노는 17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인 동춘당 송준길(1606∼1672)의 9세 손이다. 책에는 만두, 떡볶이, 비빔국수를 비롯해 승기악탕, 두텁떡, 난면(국수) 등 음식 조리법 49종과 술 빚는 법 24종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대회는 17일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서 열렸다. 고교부에서는 대성여고, 우송고, 유성생명과학고, 대전산업정보고, 대전생활과학고 등 7개 팀이, 대학부에서는 대전보건대, 우송대, 대덕대, 우송정보대, 충남대, 배재대 등 9개 팀이 출전했다.
대회는 주식시의에 수록된 음식 중 만두, 떡볶이, 비빔국수를 현대인 입맛에 맞게 ‘자신만의 음식’으로 만드는 경연으로 구성됐다. 특히 주식시의 조리법에 따라 만두의 경우 소고기 김치 버섯을, 떡볶이는 떡 소고기 도라지를, 비빔국수는 닭고기 버섯 달걀을 반드시 사용하도록 했다. 총상금은 600만 원.
대전 전통음식 현대화를 위한 학생요리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대전생활과학고의 도라지 조청 떡볶이.
대학부 금상은 대덕대 호텔외식조리학과 장재명(1학년) 임재림(1학년) 씨가 매운 고춧물과 멥쌀가루, 소금을 혼합해 만든 고추 떡이 차지했다. 이들은 소고기와 표고, 도라지를 볶아 만든 속을 떡에 넣어 공 모양으로 만든 뒤 늙은 호박과 생크림으로 만든 소스에 살포시 올렸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유지상 위너셰프 대표는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전의 음식조리서 주식시의의 조리법과 메뉴가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고교생 및 대학생들에 의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롭게 탄생했다”며 “일부 수상작과 출품작은 대전의 전통 및 대표 음식으로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대전시 조은숙 식의약안전과장은 “그동안 대전의 경우 ‘먹을 게 없다’는 오해가 있었으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할 만한 음식조리서가 있고, 이를 젊은이들이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재현해 내는 행사까지 열려 자랑스럽다”며 “대전의 음식문화를 한층 더 알리고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