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견제 상하이협력기구 회의서 우크라 침공에 비판적 메시지 NYT “전황 수세 몰린 러에 큰 도전”
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제22차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앞줄 왼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앞줄 오른쪽) 등 참가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마르칸트=신화 뉴시스
미국과 서방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창설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인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예기치 않게 사실상 ‘전쟁 반대’ 메시지를 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군’으로부터 고립되는 조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수입하고 유엔에서 러시아 편이 돼 준 든든한 지원군이었다”면서 “하지만 전 세계 이목이 쏠린 SCO 정상회의에서 이 두 나라 정상의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5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SCO 회의에 앞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의문과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는 서로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지만 이어진 비공개 회담 분위기는 달랐다는 것이다.
이튿날인 16일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부터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니다”라며 “전쟁으로 인한 식량, 에너지 위기는 개발도상국에 더 가혹하다. 어떻게 하면 평화의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 논의할 기회를 찾자”고 말했다.
NYT는 중국과 인도의 이 같은 우회적 비판이 푸틴 대통령에게는 ‘큰 도전’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동북부 점령지를 최근 우크라이나군에 다시 빼앗기는 등 전황이 수세에 몰린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중국과 인도의 지원이 절실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과 공방을 거듭하며 전쟁이 더 장기화할수록 자국 경제 위기에 신경이 곤두선 중국과 인도도 결국 등을 돌릴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앙아시아 지역 협력과 테러 예방을 위해 2001년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창설된 SCO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국이 참여 중이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