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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살리는 ‘숨은 재능’ 찾아내기[Monday HBR/빌 테일러]

입력 | 2022-09-19 03:00:00


올해 초, 미국 볼티모어 미술관은 흥미로운 시도를 했다. 미술관의 경비원 17명을 ‘큐레이터’로 선정하고 이들에게 고가의 미술 작품 경비뿐만 아니라 배경, 관심, 경험을 반영한 작품들을 직접 골라 큐레이팅하는 업무를 맡겼다. 아트 가딩(Guarding the Art)이라고 명명된 이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윈즐로 호머가 1872년 그린 회화 작품부터 연필로만 만들어진 의자까지 새롭고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경비원들은 이 작품들을 손수 골랐을 뿐 아니라 작품 설명도 직접 작성했다. 또 노출 방식을 결정하는 데도 참여했다. 볼티모어 미술관 관계자는 “수십 년 동안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았던 미술 작품들이 이들의 선택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이 전시가 대단히 매력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 많은 직장인이 회사에서 불안감과 압박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조직과 리더가 직원들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으며 이런 기대 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그러나 볼티모어 미술관 사례에서 보듯, 기업은 조직원의 특정 능력이나 재능을 간과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때가 많다. 볼티모어 미술관 역시 이전까지 경비원 17명의 근로 정체성을 그들이 착용한 제복과 배지로만 규정해 왔다. 그들 안에 자리한 풍부한 역량과 열정, 경험을 오랜 시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한 경비원은 “우리는 사람들이 으레 짐작하는 것보다 미술 작품에 대해 훨씬 많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밖으로 나온 그들의 재능은 미술관의 사명에 정확히 부합했다.

기업이 놓치고 있는 창의성의 원천은 또 있다. 바로 고객이다. 모든 기업은 결국 근로자, 고객, 공급업체, 기업의 팬이 모여 구성된 집합체다. 그런 의미에서 고객 역시 기업 창의성의 원천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일례로 필자는 미국의 유명 신발 디자이너 존 플루보그를 만난 적이 있다. 플루보그는 다양한 뮤지션과 슈퍼모델, 할리우드 셀럽 등 세계 최고의 유명 인사들의 사랑을 받는 디자이너다. 스타일리시한 신발 시장에서 플루보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이탈리아 밀라노 등에 자리한 그의 부티크는 수많은 방문객으로 북적인다.

하지만 필자가 미국 보스턴 뉴버리가에 있는 그의 부티크를 방문해 대화를 나눴을 때 그는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별로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우리는 플루보그의 열성 고객 중 자신이 직접 그린 가죽 부츠, 하이힐, 급진적 디자인의 스니커즈화 스케치를 제출하려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이 이 스케치들을 평가하고 회사는 선정된 디자인의 제작과 판매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 신발들의 이름은 이를 디자인한 고객의 이름을 따온다.

플루보그는 “굉장히 오랫동안 고객들이 자신이 직접 스케치한 신발 디자인을 건네거나 ‘이 디자인이 자기는 마음에 드는데 한번 봐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런 프로그램은 고객이 갖는 연결에 대한 열망이 낳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큰 의미를 갖는 기업의 일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고객의 재능을 활짝 펼치게 하는 플루보그의 이 같은 프로그램에 세계 각지에서 수천 건의 디자인 스케치가 몰려들었다. 회사는 이렇게 조직 바깥에서 들어온 디자인에 기반을 둔 모델을 10여 건 출시해 제작과 판매에 돌입했다. 그중 서맨사 자자라는 이름의 고객이 디자인한 신발 ‘자자’는 339달러(약 47만 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볼티모어 미술관과 플루보그의 사례는 기업들이 놓치고 있는 ‘조직 내 숨은 재능’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리더들은 창의성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하지만 정작 가까이에 있는 기업 구성원들의 재능과 가능성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누가 어떻게 조직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 조직 안팎을 가리지 않고 새롭게 생각하는 것은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조직 구성원과 고객의 재능, 관심, 열정은 간과하기에는 너무나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기업은 이들이 창의성을 펼치며 기업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서도록 도와야 한다. 이들이 조직 내부에 있는지 외부에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 아티클 ‘조직 내 숨은 재능을 발견하라’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빌 테일러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 공동 창립자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