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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BTS 병역특례’ 與도 野도 입법경쟁

입력 | 2022-09-19 03:00:00

野 ‘문화훈장땐 예술요원’ 법안 추진
與도 입대 연기 늦추는 법안 발의
정기국회서 병역법 논란 예고
공정 논란에 국방부는 신중론 여전




‘방탄소년단’(BTS)의 병역특례 적용 여부가 이번 정기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멤버 전원이 현역 입영 대상자로, 당장 내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보니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결정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것. 여야 모두 지난해 ‘공정’ 논란 속 중단됐던 병역법 개정 논의를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 野 김영배 “문화훈장 수여자 병역특례”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이르면 19일 문화훈장, 문화포장 등의 수여자를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분야별 저명한 대회를 일일이 대체복무 대상으로 법률에 규정하기 어려운 만큼 문화훈장 수여자로 명시하자는 취지다. 현행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분야 특기자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해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대중예술인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김 의원은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성취라는 점에서 문화훈장을 받은 예술인 등이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BTS의 입대가 임박한 지금이 법을 개정할 적기”라고 설명했다.

여당 안에서도 적극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문화예술인의 입대 연기 기한을 만 33세로 3년 늦추는 법안을 지난달 말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BTS 같은 앞으로 대한민국을 빛냈거나 또 빛낼 젊은이들이 있는데 빌보드 어워드, 아메리칸 어워드, 그래미 어워드에서 우승해도 안 해주는 것과 형평이 맞느냐”고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대사로 위촉된 BTS의 병역특례를 대통령실에 공개 건의하기도 했다.

여야가 민감한 병역법 개정 문제를 동시에 꺼내 든 것은 여론도 긍정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국회 국방위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14, 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중문화 예술인의 대체복무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이 60.9%였고, 반대는 34.3%였다. 대체복무에 대해 반대(34.3%)하거나 잘 모르겠다(4.8%)는 응답자만을 대상으로 “BTS의 군 입대 후 조건부 공연 활동을 보장해주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과반(58.7%)이 찬성했다.
○ ‘공정 논란’에 정부는 ‘부담’반면 정부는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병역의무 이행의 공정성 측면에서 병역특례 확대는 곤란하다”고 일축한 바 있다. 이기식 병무청장 역시 국회에 나와 “대중문화 예술인을 또 추가하는 것은 전체적인 병역특례에 대한 틀을 깰 수가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신중론’을 이어갔다.

여야 역시 내부적으론 신중론이 적지 않다 보니 향후 국회에서의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대남’의 눈치를 보느라 힘들 것이고, 민주당 역시 굳이 야당이 먼저 쟁점화해서 부담을 안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라 내부적으로 강한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K팝으로 시작해 영화 ‘미나리’,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세계적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의 문화예술은 외교 전략을 위한 주요 자원으로도 자리매김했다”며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