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스릴러 영화 ‘홈리스’
영화 ‘홈리스’에서 집이 없는 젊은 부부가 홀몸노인의 집에서 임시로 머물기 위해 짐을 옮기고 있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청년 빈곤과 홀몸노인 문제라는, 결이 조금 다른 두 사안을 아우르면서도 그 심각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창의적인 답안을 내놓듯 등장한 영화가 있다. 15일 개봉한 ‘홈리스’다.
영화는 젊은 부부가 갓 돌이 지난 아들과 찜질방을 전전하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부부는 월세 보증금 사기를 당해 돈을 다 잃고 갈 곳 없는 처지. 한결(전봉석)은 배달을, 고운(박정연)은 전단 배포 알바를 하며 발버둥 쳐보지만 다친 아들 병원비조차 없다. 벼랑 끝까지 내몰렸을 때 한결이 임시 거처를 마련한다. 평소 자주 초밥 배달을 가며 형광등을 갈아주는 등 도움을 줬던 한 홀몸노인의 집. 노인이 미국의 아들네에 가 있는 동안 집에 머물라고 허락해 줬단다. 그런데 한결은 뭔가 초조해 보인다.
임승현 감독.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의 매력은 청년 빈곤과 홀몸노인 문제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 임 감독은 공포와 스릴러의 장르적 문법을 활용해 긴장감을 조금씩 끌어올리며 이야기를 풀어 간다. 그 방식은 매우 신선하고도 파격적이다. 임 감독은 “어떻게 하면 두 문제를 가장 흡입력 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택한 것이 공포·스릴러 장르였다”고 했다.
주인공인 청년 부부와 홀몸노인의 자세한 사연은 나오지 않는다. 그는 “주인공들이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청년, 홀몸노인으로 보이길 바랐다”며 “너무 자세한 사연이 들어가면 지극히 특수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비치면서 논의가 확장되지 못할 것 같았다”고 했다. ‘전략적 생략’이었다는 설명이다. “청년 빈곤 문제든 홀몸노인 문제든 그 근원은 무관심이라고 생각해요. 무관심이 빚어낸 공포에 대해 말하고 싶었고요. 이 영화가 주변의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