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조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무대에 선 가수 아이유. 17, 18일 양일간 열린 공연에는 총 8만8000여 명의 관객이 모였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더 골든 아워 : 오렌지 태양 아래’에서 아이유(본명 이지은·29)는 이번 콘서트를 ‘마지막 도착지’라고 표현했다. 데뷔 14주년을 맞은 베테랑 가수 아이유에게도 가수들 사이에서 ‘꿈의 무대’라 불리는 올림픽주경기장 입성은 감격의 순간이었다. 아이유는 한국 여가수 최초로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며 한국 가요계 역사를 다시 썼다. 이 무대에 선 국내가수는 방탄소년단(8회), 조용필(7회), H.O.T.(4회), 싸이(3회) 등 모두 남자 가수였다. 올림픽주경기장에 선 여가수는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2012년)가 유일했다.
콘서트 무대에서 댄서들과 함께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아이유.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연의 압권은 ‘떼창’이었다. 너의 의미와 금요일에 만나요를 부르기 전 “여기서 관객들의 진가가 드러난다”며 아이유가 사기를 북돋았고, 관객들은 후렴구를 크게 따라 불렀다. 떼창의 감동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관객이 앵콜을 외칠 때였다. 화면에 ‘러브 포엠’ 가사가 떴고, 관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러브 포엠을 부르기 시작했다.
완창이 끝나자 금색 실이 수놓아진 검정색 드레스에 왕관을 쓰고 등장한 아이유는 팬들에게 러브 포엠을 답가로 돌려줬다. 곡을 마친 뒤 “어제 공연 말미부터 귀가 안 좋아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1년 전부터 귀를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그는 “사랑, 감사, 미안함, 그 어떤 단어도 너무 작다. 오늘 무대는 정말 여러분이 다 하셨다”고 말했다. 아이유는 올해 3월 발매한 다큐멘터리 '조각집 : 스물아홉 살의 겨울'에서 자신의 호흡음이 들리거나 귀가 막히는 느낌이 드는 이관개방증을 앓는다고 밝힌 바 있다.
'스트로베리 문' 무대에서 열기구를 타고 등장한 아이유. 열기구를 타고 객석 전체를 돌며 관객과 인사를 나눴다. 아이유가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유가 탑승한 열기구가 객석을 비행하는 모습. 분홍색 풍선은 안에 불이 붙으면서 주황빛을 발했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팔레트를 부르기 전 “너무 사랑하는 곡의 졸업식 날이다”라고 입을 연 그는 “제가 스물다섯 살 때 이 노래를 만들었는데 이제 30대가 됐다. 이 노래는 스물다섯의 지은이에게 남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좋은날’을 부른 뒤엔 “제가 이 노래를 18살에 불렀다. 가사가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인데 이제 오빠가 별로 없어 보인다”며 웃었다.
'너랑 나'를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내려갔던 아이유는 검정색 드레스로 환복하고 앵콜 무대에 섰다. 이날 앵콜곡만 무려 6곡을 소화했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