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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도 테슬라도 “美에 배터리공장”… 글로벌車, 보조금법 ‘비상’

입력 | 2022-09-20 03:00:00

美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 지급”
테슬라, 獨 제조장비 美이전 고려
BMW, 삼성SDI 파트너로 거론
현대차, 美질주 이어갈 대책 고심




독일 BMW그룹은 최근 중국, 유럽, 북미 등에 각각 2개씩 총 6곳에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간 생산량이 총 20GWh(기가와트시)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다. 2025년부터 생산될 신형 전기자동차에 높은 에너지밀도의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거리를 30% 이상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신규 배터리 공장의 주요 파트너사 중에는 삼성SDI도 거론된다. 삼성SDI는 올해 말까지 BMW 측에 파일럿 제품을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를 비롯한 비(非)중국계 배터리사는 지난달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여파로 북미 지역 공장 건립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BMW 측이 공식 인정한 중국계 파트너사인 CATL과 EVE에너지는 유럽과 중국에서 각각 한 곳의 배터리 셀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IRA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전 세계 투자 지형도가 요동치고 있다. 북미에서 만든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세액공제)을 지급하는 IRA의 지급 조건을 맞추기 위해 복잡한 셈법에 골몰하고 있는 분위기다.

전기차 시장의 선두 업체인 테슬라도 독일로 가려던 발걸음을 돌려세웠다. 외신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당초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 인근에 지으려던 배터리 생산시설 투자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독일에 있는 배터리 제조 장비를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미국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에 배터리 광물과 부품의 비율 요건까지 추가되면서 국내 배터리업계도 바빠졌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주에 방한해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배터리 협력 및 IRA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팔리 CEO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을 직접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부터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 코발트, 흑연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70%(글로벌)에 이르는 상황에서 IRA는 GM과 포드 등 미국 완성차업체들조차 난감해할 법안”이라고 말했다.

전 차종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진 현대차그룹은 일단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미국으로 긴급 출국해 정관계 인사를 만났지만 당장 뚜렷한 성과는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에서 1∼8월(누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3%가 늘어난 4만3562대의 전기차를 팔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추세를 유지하려면 2025년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가동까지는 전기차 보조금 감액분만큼을 회사가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만 월 500억 원, 연간으로는 60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강화된 미국 기업평균연비규제(CAFE)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미국에서 전기차를 많이 팔아 전체 평균 연비를 낮춰야 필요가 있다”며 “업체들은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캐나다, 미국 방문을 계기로 중간선거 이후 FTA 체결국에는 예외 또는 유예 조항을 적용하는 등의 방안이 나오길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