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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韓 글로벌 1000대 기업 급감… 말뿐인 규제 혁파의 귀결

입력 | 2022-09-20 00:00:00


글로벌 1000대 기업에 포함되는 한국 기업이 2017년 25곳에서 올해 12곳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만에 절반 이하로 급감한 것이다. 이 기간에 새로 1000대 기업에 진입한 국내 기업 4곳은 카카오를 제외하면 모두 기존 대기업 계열사로, 설립 10년이 안 된 신생 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한국의 부진한 성적표는 미국, 중국 신생 기업들의 약진과 비교하면 더 초라해진다. 글로벌 1000대 기업에 진입한 중국 기업은 올해 167곳으로 5년 전에 비해 약 3배나 늘었다. 미국도 95개 기업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이 뒷걸음질 치는 사이 급성장한 주요국의 젊은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가고 있는 것이다.

해외 신생기업의 상당수가 첨단 정보기술(IT) 산업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신기술의 접목과 서비스 융합에 기반을 둔 산업 구조의 변화에 재빨리 올라탄 결과다. 반면 한국은 1000대 기업 중 IT 분야로 분류되는 곳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SDI의 대기업 계열사 세 곳뿐이다. IT 강국이라는 한국의 혁신 동력이 꺼져 가고 있다는 경고등에 불이 켜진 상황이다.

시장을 치고 나가야 할 국내 회사들은 막상 겹겹이 쌓인 규제에 손발이 묶여 있다. 신생 스타트업에 기존 규제의 적용을 면제해주는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 중이라지만 회사 몸집이 조금만 커져도 관련 규제들이 다시 따라붙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도무지 뭘 해볼 수가 없다”는 아우성이 쏟아진다. 시대착오적 규제 때문에 사업 방향마저 바꾸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이러니 미래 신성장기업을 탄생시키기는커녕 유망한 청년 기업가들의 ‘해외 탈출’조차 막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정부가 “자유와 창의를 옥죄는 규제를 혁신하겠다”며 900건 넘는 과제 발굴에 나섰지만 상당수는 사안별 시행령 개정 수준에 머물고 있다. 법 제·개정 없이 곁가지 규정들만 건드려서는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로봇 배송 사업만 해도 도로교통법, 개인정보보호법, 공원복지법 등 바꿔야 할 관련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과감한 규제 개혁을 위한 법안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실질적 변화를 끌어낼 정부 역량이 벤처업계의 활력을 되살릴 또 다른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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