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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혼자 사는 옆집 현관문에 폰 대고 녹음 “흥분 돼서”

입력 | 2022-09-20 10:50:00


‘신당역 살인 사건’으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공포가 커진 가운데, 서울 고덕동에서는 40대 남성이 여성 혼자 사는 옆집 현관문에 휴대전화를 갖다 대고 수십 차례 녹음을 해온 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강제로 분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18일 스토킹 처벌법 위반과 주거침입,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40대 남성 A 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A 씨는 8월부터 이달 초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자신이 사는 서울 고덕동 아파트 옆집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한 혐의를 받고 있다.

(YTN 캡처)


YTN과 KBS가 공개한 영상과 내용에 따르면, 새벽 1시쯤 헤드셋을 쓴 남성이 혼자 사는 여성 집 현관문에 휴대전화를 가져다 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그렇게 5분간 있다가 자리를 뜬 남성은 며칠 뒤 다시 와 같은 행동을 했다. 남성은 하루에도 많으면 5~6차례나 이런 일을 반복하다가 결국 덜미가 잡혔다.

범인은 옆집에 사는 남성 A 씨였다. 이 남성은 피해 여성 B 씨가 현관문을 열 때 문 바로 앞에 서 있다가 들킨 듯 화들짝 놀랐다고 한다. 피해자는 CCTV를 몰래 설치해 A 씨의 충격적 행태를 알게 됐다.

B 씨는 지난 15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A 씨를 고소했고, 19일 피해자 조사를 마쳤다.

B 씨는 “저를 생각하면 성적인 흥분을 느껴서 그렇다고 얘기를 하더라”며 “(고소는 했지만) 성폭력을 당하거나 성추행을 당하지 않는 이상 저를 보호해주거나 그 사람하고 저를 격리할 수 있는 법이 없다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B 씨에게 스마트워치와 출퇴근 신변 경호를 제공하고, A 씨에게 접근금지 경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박성배 변호사는 “경찰은 현장에서 긴급 임시조치를 할 수 있고 이에 위반할 경우, 즉 접근금지나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 금지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조치를 위반했을 때는 과태료 부과 처분을 내릴 수가 있고 그와 별개로 법원이 같은 내용의 잠정조치를 내렸음에도 역시 연락을 지속할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간접적인 통제 수단이 마련돼 있지만, 직접 접근하는 것 자체를 물리적으로 중단시킬 만한 제도적 보완은 아직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접근금지 명령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물리적 거리만을 얘기한다. 지금처럼 물리적 거리가 의미가 없는 경우도 보호될 수 있는 그런 보완 장치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