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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컬렉션 해외미술품 첫 공개…르누아르·샤갈 피카소 등 97점

입력 | 2022-09-20 11:05:00


피카소, 르누아르, 모네, 미로, 샤갈, 고갱, 달리, 피사로…‘이건희 컬렉션’ 해외미술품이 첫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21일 과천관에서 개막한다.

2021년 4월 故 이건희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1488점 중 고갱, 달리, 르누아르, 모네, 미로, 샤갈, 피사로의 회화 7점과 피카소의 도자 90점 등 해외 미술품 총 97점을 선보인다.

기증 1주년 기념전에 나왔던 모네를 제외하면 모두 처음 전시장에 나오는 작품이다. 여덟 명의 작가들은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입체주의, 초현실주의 등 20세기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들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과천관의 자연과 어우러진 서양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들로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증대할 것”이라며 “서양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국내에서도 편히 관람하고 이건희컬렉션의 미술사적 가치도 함께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벨 에포크 시대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세계 유명 화가 8명은 ‘벨 에포크(Belle Epoque)’시기파리에서 활동한 공통점이 있다. ‘벨 에포크’는 19세기 말~20세기 초의 프랑스는 정치 및 경제적 안정과 과학, 문화의 발전까지 뒤따르며 ‘아름다운 시절’로 풀이된다.

당시 파리는 전 세계의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국제적인 미술의 중심지였고, 프랑스 국적의 고갱, 르누아르, 모네, 피사로 이외에 스페인 출신의 달리, 미로, 피카소, 러시아 출신의 샤갈도 파리에서 활동했다. 이들은 파리에서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혹은 동료로 만나 서로의 성장을 응원해 주며 20세기 서양 현대미술사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갔다.

전시는 8명의 거장이 동시대 파리에서 맺었던 다양한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회화 간 관계성 뿐만 아니라 피카소의 도자와 다른 거장들의 회화가 연계되는 지점들을 강조했다.

특히 기증된 이건희컬렉션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피카소의 도자는 1948~1971년에 제작된 ‘피카소 도자 에디션’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피카소의 도자에는 그가 회화, 조각, 판화 작품에서 활용했던 다양한 주제와 기법들이 응축되어 있어, 도자를 통해 피카소의 예술세계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스승과 제자 피사로와 고갱~달리와 미로의 회화, 피카소의 도자까지

전시는 거장들의 관계 및 피카소의 도자와 다른 거장들의 회화가 연계되는 지점을 주축으로 크게 네 개의 주제로 구성했다.

첫 번째는 스승과 제자로 만난 피사로와 고갱이다. 피사로는 인상주의 풍경화의 거장으로,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퐁투아즈 곡물 시장’(1893)처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시장 풍경 역시 그가 자주 그리던 주제 중 하나다.

피사로는 증권 중개인이었던 고갱이 화가로 전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스승이기도 했다. ‘센강 변의 크레인’(1875)을 포함한 고갱의 초기작을 접한 뒤 그의 재능을 알아본 피사로는 고갱에게 직접 인상주의 풍경화를 지도하고 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다.


우정과 존경으로 서로를 빛낸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다. 모네와 르누아르는 인상주의 그룹 내에서도 유독 친분이 두터웠던 작가들이다.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20)과 르누아르의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1917~1918)는 두 거장의 예술 세계가 응축된 말년의 역작이다. 피카소는 르누아르의 작품이 그려지던 1917년에 뒤늦게 그의 작품에 매료되었고, 2년 후인 1919년에 작고한 르누아르의 초상화를 그릴 정도로 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모네와 르누아르의 인상주의 회화를 비교해 살펴보는 것 외에, 르누아르와 피카소가 여성을 작품의 주요한 주제로 다루었던 점에 기반해 두 작가의 회화와 도자를 비교 감상할 수 있다.

파리의 스페인 화가들인 피카소, 미로, 달리의 이야기도 꾸몄다. 세 사람은 모두 스페인 출신이지만 파리에서 서로를 처음 만났고, 특히 달리와 미로는 피카소를 만나기 위해 처음 파리를 방문하기도 했다. 스페인 출신의 세 작가가 파리에서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는 모습은 국제적인 미술 중심지였던 20세기 초 파리의 상황을 대변해주기도 한다.

달리와 미로의 회화, 피카소의 도자를 주제와 조형적 접점도 살펴볼 수 있다. 그리스 신화 속의 반인반마 종족인 켄타우로스를 주제로 한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1940)과 역시 신화를 주제로 한 피카소의 도자를 함께 전시했다. 사람, 새, 별이 있는 밤의 풍경을 추상화한 미로의 ‘회화’(1953)와 인물과 새를 주제로 한 피카소의 도자 작품도 비교해 살펴볼 수 있다.

피카소와 샤갈의 만남도 조명한다. 러시아 출신의 샤갈은 1910년 파리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피카소의 입체주의 미술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 시기부터 샤갈은 피카소를 만나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두 거장은 1940년대 말 피카소가 도자기를 제작하던 남프랑스에서 처음 조우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결혼 꽃다발’(1977~1978)처럼 샤갈은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생의 순간들을 꽃과 정물, 동물,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는 사람들과 함께 그려냈고, 피카소 역시 같은 주제의 도자 작품들을 다수 제작했다.

이번 전시는 거장들이 함께 활동했던 프랑스 파리 분위기로 연출했다. 마치 가로등이 켜진 파리의 노천 카페에 앉아 창 안의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을 자아내도록 한 전시 공간 구성이 돋보인다. 전시는 무료 관람이지만 쾌적한 환경을 위해 온라인 사전예약과 현장접수로 운영한다. 신한은행이 후원한 전시는 2023년 2월26일까지.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