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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인류의 발전을 위한 보건의료 기술혁신

입력 | 2022-09-20 11:22:00

서종모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소 교수




COVID-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 어느새 2년 반이다. 변이가 계속 생기면서 상황 종료는 요원해 보이고, 방역 태세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의학자들이 예측했던 것과 같이 변종의 치명률은 낮아지고 있지만, 지난 2년 반 사이에 쇠약한 분들이 많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사람들이 살아남아 치명률이 낮아진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적자생존(適者生存)일 수도 있다.

‘인류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가?’

간혹 학생들에게 던지는 질문인데 ‘1822년 조선의 사람들과 2022년 한국의 사람들을 동일한 인류라고 볼 수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조선의 건축 연장과 한국의 대형 건축 장비가, 한 분류 안에 넣어서 ‘도구의 인간(homo faber)’으로 묶어버려도 될 정도로 차이가 없는 ‘도구’인지? 학생 때 보던 내과학 교과서와 최신판에서 다루는 내용이, 불과 30여년 사이에 얼마나 늘어났는지 살펴보면 하루가 다르게 깊어지고 넓어지는 지식의 양에 숨이 가쁘다.

150여 년 전 제멜바이스(Semmelweis)가 원인 물질이 옮겨져서 병이 생길 수 있으므로 열심히 손을 씻어야 한다고 말하고, 파스퇴르(Pasteur)가 미생물이 병의 원인일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이를 믿지 못하던 사람들을 설득한 것은 주장 자체가 아니라, 객관적인 실험을 통한 명백한 증거와 이를 반복, 재현한 동료들의 검증이었다. 수많은 실험에 실패하였지만 그 중 재현되는 실험을 찾아 모든 과정을 철저히 규명함으로써 인류는 질병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시작하였다.

선학(先學)들의 실패 사례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저려온다. 어느 연구자가 실패할 실험을 하고 싶었을까? 반복되는 실패에 얼마나 많은 밤을 자책하며 다시 결과를 살펴보고 과정을 재점검했을까? 실패를 반복하고 있으니 혹시 지원이 끊어지지 않을까,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을까 얼마나 불안했을까? 하지만 이들의 혜안(慧眼)을 믿고 같이 노력한 동료들과 나라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인류는 평균수명 80세를 넘기게 되었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나라들이 현대 의학을 이끌고 있다.

첨단 의학 연구에 거금을 쏟고 있는 미국은 최근 한 발 더 나아가 의료고등연구계획국(ARPA-H·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for Health)을 설립하고 보건의료 분야의 고난이도, 도전적 연구 지원을 대폭 확대하였다. COVID-19 대응에 위력을 발휘한 mRNA 백신 개발이 국방 연구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의 지원으로 시작되었다는 것도 금번 투자 요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영국, 일본, 독일도 이에 뒤질세라 도전적 의학 연구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뼈아팠던 COVID-19 백신 구매 과정과 비용을 돌이켜보면, 불과 50년 사이에 반도체 강국으로 우뚝 선 경험을 토대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인다. 도전적 연구를 통한 보건의료 연구 개발의 혁신으로 국내 의학 수준을 세계를 선도하는 의료로 향상시키고, 인류 발전에 기여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