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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간 복통-설사 지속되는 크론병… 소아환자는 영양관리 매우 중요

입력 | 2022-09-21 03:00:00

만성 염증성 장 질환 ‘크론병’
약 25% 차지하는 소아환자… 성장 중요해 치료시기 민감
특수의료용식품 복용요법… 통증 줄여주고 점막 회복



김미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크론병 환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며 “치료가 쉽진 않지만 평소 잘 관리하면 일상생활을 무리없이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크론병은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이다.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 기관에 걸쳐 발생한다. 과민성 장증후군, 궤양성 대장염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염증이 장 전체에 침범하며 설사, 복통, 체중 감소, 혈변 등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 김미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에게 크론병의 최신 치료법에 대해 물었다.


―최근 크론병 환자가 많아진 것 같다.

“크론병은 몇 년 전만 해도 희귀병으로 환자가 적었는데 최근에 많이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크론병 환자는 2010년 1만2234명에서 2021년 2만8720명으로 11년 새 2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이 중 19세 미만 소아 환자는 10∼25% 정도다.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위생상태가 개선되면서 감염성 질환은 감소했지만 자가 면역 질환은 늘고 있다.”


―크론병 발병은 식습관 때문인가.

“크론병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식습관 하나가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가족력이나 환경적인 요인 등 굉장히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료도 매우 어렵다.”


―크론병은 대개 언제 발견되나.

“가장 많이 진단되는 연령대는 20, 30대다. 19세 미만에 진단되는 환자는 전체 환자의 10∼25% 정도인데 상당히 어려지고 있는 추세다. 몇 년 전에는 10대 후반의 환자가 많았는데 지금은 13∼14세가 가장 많다. 최근에는 만 5세 환자도 있었다.”


―주로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는가.

“주요 증상은 복통, 설사, 혈변 등이다. 복통과 설사는 만성적이기 때문에 보통 수개월 지속된다. 그러면서 체중이 빠진다. 고열이 동반되거나 항문 농양, 성장 부진이 같이 나타나기 때문에 항문 치료만 하거나 성장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다가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수개월간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 질환 특성상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장이 점점 좁아지거나 뚫리는 협착과 누공이 생기기 때문에 장을 절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소아의 경우 성장이 멈출 수도 있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크론병의 원인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진단 과정도 복잡하다. 임상 소견, 검사실 소견, 내시경, 조직검사, 영상학적 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을 하게 된다.”


―치료 방법은….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4단계로 나뉜다. 완전경장치료,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사용이다. 전통적으로는 각 단계에서 실패 시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우리 병원에서는 고위험군이 많은 소아 환자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초기에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면서 영양을 보충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톱다운(Top-down) 치료를 하고 있다. 소아 환자는 치료 시기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장에서 영양소를 흡수하고 그 영양분을 기반으로 성장을 하게 된다. 하지만 소아 크론병 환자는 장 점막의 염증이 장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에 일반 음식을 소화하기 힘들다. 영양분 부족은 성장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소아의 경우 초기의 적극적인 치료와 성장을 위한 완전경장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과거에는 복통, 설사, 혈변 같은 증상이 없어지는 것을 치료 목표로 정했다면 지금은 대장 내시경이나 장점막 전층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관찰할 수 있는 모든 병변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치료 목표이다. 이를 위해 환자 상태에 따른 치료 전략을 잘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완전경장치료에 대해 설명해 달라.

“완전경장치료는 경장영양단독요법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단독요법이라고 하면 다른 치료는 안 하는 것으로 오해를 할 수 있어 완전경장치료로 설명하고 있다. 환자에 따라 8∼12주 동안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특수 의료용 식품만 복용하는 방법이다. 이 기간에 영양 상태와 장 점막을 회복시키고 소화흡수를 돕는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맞춘다.”


―완전경장치료도 병원 처방을 받는 것인가.

“완전경장치료를 위해서는 특수 의료용 식품을 복용해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엘리멘탈과 같은 제품은 식품이기 때문에 처방 없이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완전경장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제품들은 물에 타서 마시는 형태다. 단백질, 탄수화물, 무기질, 비타민 등 꼭 필요한 영양소가 매우 균형 있게 포함돼 있고 칼로리가 높은데 부작용도 없다. 소아 크론병 환자는 성장을 위한 영양 섭취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19세 미만의 환자에게 첫 8주분에 대해서 전액 지원을 해준다. 다만 환자의 순응도가 낮은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2, 3개월 동안 물로 된 식품만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소아 환자들이 잘 따른다. 증상이 심한 환자는 입부터 항문까지 염증이 분포돼 있어 일반 음식을 먹으면 음식물이 염증을 건드리기 때문에 아프고 피도 난다. 하지만 완전경장치료 기간 동안 통증은 줄고 영양은 섭취하면서 염증을 회복하게 된다. 실제로 스테로이드와 비교하면 장 점막 치유 정도가 70% 정도 높고 100%에 가깝게 회복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성인 환자도 완전경장치료가 큰 도움이 되지만 국가 지원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


―크론병 환자는 평소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어린 나이에 발병하면 성장이 느리고 살이 많이 빠지기 때문에 적극적인 영양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가공육이나 식품 첨가제가 포함된 음식은 피하고 양질의 단백질과 과일, 채소 등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또한 적절한 운동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특히 정신적인 건강관리도 소홀하면 안 된다. 평생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