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2022.7.21/뉴스1
#1.며칠 전 서울 양재 인근의 한 대형마트를 방문한 30대 주부 A씨는 못난이 야채와 과일을 장바구니에 골라 담았다. 품질엔 문제가 없지만 외관에 흠집이 있어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다. A씨는 “최근 물가가 올라 할인 품목인 B급 상품을 주로 구매한다”며 “품질에 문제가 없고 맛도 동일하다”고 말했다.
#2.공시생 B씨는 편의점 마감 할인 서비스를 애용하고 있다. 생활물가 인상으로 마감 할인 도시락을 구매해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B씨는 “각종 할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마감할인 물품이나 B급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20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저녁 8시 이후 즉석조리 매장 매출이 23.8% 증가했다. 할인 폭이 큰 늦은 저녁 시간대 상품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가 스팟성으로 판매하는 ‘B급 신선상품’도 인기다. 맛은 일반 상품과 동일하지만 외관에 흠이 있는 상품으로 정상가 대비 최대 30%까지 저렴한 수준에 구매할 수 있다.
대표 상품은 반전 참외·반전 샤인 머스캣이다. 5월부터 8월까지 판매한 반전참외의 7월~8월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53.8% 성장했다. 반전 샤인머스캣은 지난달 처음 운영을 시작했다.
마감할인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날로 치솟는 물가 때문이다. 통계청의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을 살펴보면 8월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7%를 기록했다. 6~7월보다 상승세가 소폭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롯데마트도 델리카 및 가공식품 모두 기한 임박 상품에 대해 할인 판매를 진행 중이다. ‘당일생산 당일판매’가 원칙인 델리카는 당일 완판을 위해 일정 시간부터 10~50% 할인 판매한다. 가공식품 역시 유통기한 임박 상품에 대해(임박 기준은 상품군별로 상이) 할인 적용해 내놓고 있다.
편의점 마감 할인 이용객도 급증하고 있다. CU의 마감할인서비스(그린세이브)의 1일부터 18일까지 전년 대비 이용건수 성장률은 18.8%다. GS25 마감할인 서비스는 같은 기간 전년 동기 대비 213.8%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의 라스트오더 매출도 20% 늘었다.
이마트24도 올해 3월부터 시작한 라스트오더(마감 할인) 서비스 이용 건수가 전월 대비 매월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마트24 라스트오더 서비스 이용 건수는 전월 대비 △4월 106% △5월 98% △6월 122% △7월 115% △8월 31% △9월(1일~18일) 27%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률이 높다보니 서민들의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짠물 소비’가 주목받고 있다”며 “마트나 편의점에서 식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마감할인이나 B급 상품이 잘 팔리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