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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도미노 인상에도 삼양식품 ‘나홀로’ 동결하는 배경

입력 | 2022-09-20 14:57:00


라면 주 재료인 소맥과 팜유 가격이 크게 오른 이후 농심을 비롯해 오뚜기·팔도 등 국내 주요 라면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아직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삼양식품이 주목받고 있다.

경쟁사 대비 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높아 제품 가격 인상을 서두르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양식품은 올 하반기 중점 추진 전략으로 수출 강화를 내세우며 가격 인상을 통한 실적 방어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 놓는다는 방침이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 15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올렸다. 팔도는 다음달 1일 부터 평균 9.8% 인상할 계획이다. 오뚜기는 다음달 10일부터 라면 제품 가격을 11.0% 올린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라면 업계의 가격 인상은 소맥과 팜유 가격 상승을 비롯해 물류비, 원부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지난해 가격 인상을 단행한 이후 1년 만에 또 다시 가격 인상에 나선 것도 매우 이례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내 주요 라면업체 중 삼양식품은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며 가격 인상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삼양식품이 가격 인상을 서두르지 않는 주된 이유는 수출에 특화된 사업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삼양식품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액 4575억원, 영업이익 51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59.07%, 81.11%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올 상반기 내수와 수출액으로 각각 1413억원, 31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16.9%, 89.8% 증가한 수치다. 수출액은 전체 매출액 대비 69%에 달했다. 전년 57%보다 12% 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매출 중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다보니 국내 시장에서의 제품 가격 인상이 급하지 않다고 볼 수 도 있다. 또 최근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삼양식품의 수익 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원화 가치 하락은 원자재 수입 비용을 늘리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해외에 판매할 때 환차익이 발생하며 추가 이익을 주기도 한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일 수록 고환율에 따른 혜택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삼양식품이 당분간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수출에 특화된 사업 구조로 인해 경쟁사 대비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주력 시장인 중국의 명절인 국경절과 광군제가 다가오고 있어 국내 제품 가격 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최근 정부가 치솟는 식품가 인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하며 경영 효율화를 통한 원가 절감, 인상 품목과 인상폭 최소화 등을 통해 고통 분담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삼양식품의 가격 인상을 늦추는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최근 일각의 가격 인상 움직임은 민생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물가 안정 기조 안착을 저해할 수 있다”며 “소관부처를 중심으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양식품은 향후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올 초 가동을 시작한 경남 밀양공장은 수출 제품 생산을 전담한다. 총 2400억원이 투입된 밀양공장은 연면적 7만303㎡에 지상 5층 규모를 갖췄다. 연간 최대 6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미국 사업의 경우 현지 마케팅 및 영업활동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현지 주 고객인 한국계 및 아시안계 수요에서 벗어나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판매 채널 입점을 시도하고, 맞춤형 상품도 대거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 시장은 10주년을 맞아 불닭볶음면 마케팅을 더욱 강화한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중국 광군제에서 11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지난해를 한결 뛰어넘는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판로 개척과 수익성 제고를 위한 행보에 집중한다. 일본 현지에서도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트렌드에 맞는 마케팅과 더욱 현지화된 신제품 출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삼양식품도 국내 사업의 수익성 방어 차원에서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제품을 판매했을 때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서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부자재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 경우 가격 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고 현재는 검토는 하되 결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