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앞에서 일본도를 이용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족과 합의해 처벌 불원 의사가 있더라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20일 서울고법 형사12-2부(부장판사 진현민·김형진·김길량)는 살인 및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장모(49)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장씨는 지난해 9월3일 오후 2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아내 A씨를 일본도로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던 중 장씨는 A씨가 아버지와 함께 집에 두고 온 옷가지를 가지러 온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찾아가 이혼 소송 취하를 요구했고, A씨가 이를 거부하자 A씨 아버지 앞에서 A씨를 장검으로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아버지는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심하게 다친 A씨를 안고 뛰쳐나와 행인에게 신고를 부탁하는 등 A씨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모두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장인, 즉 A씨의 아버지가 현장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원심에서 인정된 일부 사실관계에 대해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범행 당시 A씨가 아버지와 함께 집을 방문했고, A씨가 이를 인식했음이 분명한데도 거리낌 없이 A씨를 살해했다며 딸의 참혹한 모습을 마주하게 하고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도록 한 이상 비난 가능성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고, 계획적인 범죄를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합의해 유족들이 선고 직전 처벌 불원 의사를 표시한 것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고의에 의한 생명 침해 범죄에 대하여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할 필요가 있는 점에서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불가피하다”며 “원심의 형은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장씨와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1심은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딸들이 있고, 이 사건 범행 현장에 피해자 아버지이자 피고인의 장인어른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끔찍하고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이 딸들한테 피고인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부추기는 건 딸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는데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며 피해자 유족 측에 이례적으로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