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 학생식당에 처음으로 선보인 밀키트 판매에 학생들이 구매해 식사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학생식당 가격이 오르면서 한 끼에 최고 7000원까지 줘야 하는데 양도 적어 불만이었습니다. 5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끼니를 만족스럽게 챙길 수 있으니 좋네요.”
2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 지하1층 학생식당에서 만난 재학생 권도엽 씨(24)는 밀키트·간편식 자동판매기 ‘출출박스’를 둘러보며 이 같이 말했다. 권 씨는 “점심값 부담에 편의점 음식을 자주 이용했는데, 그보다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서울대가 물가 상승으로 학생식당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자 이날부터 주요 대학 최초로 밀키트 판매를 시작했다. 조리과정을 생략해 인건비를 절감하면서 학생들의 식대 부담도 낮추겠다는 취지다.
첫 날 자판기 인근은 밀키트를 사려는 학생들로 붐볐다. 낮 12시 반경 20여 명이 줄을 서면서 구입부터 조리까지 20분 가량 걸리기도 했다. 라면과 만두를 합쳐 3700원을 지출한 대학원생 한모 씨(28)는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6000원짜리 학생식당 메뉴보다 만족스러웠다”며 “가성비가 좋아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학생 김모 씨(25)는 자판기 앞에서 30초 정도 고민하다 발걸음을 돌렸다. 김 씨는 “학식에 비해 싸지만 식사를 대신할 만한 것이 많지 않다. 메뉴를 더 다양화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쓰레기가 많이 나올 것 같아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학생 최모 씨(21)는 “비닐 포장이나 플라스틱 용기 등 버려지는 일회용품이 많아 환경에 좋지 않을 것 같다. 자주 먹기는 좀 꺼려진다”고 했다.
일부의 우려에도 대학가의 밀키트 판매는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고물가의 여파로 최근 학내 푸드코트 메뉴가 (최고) 1만1900원까지 올라 학생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안 중 하나로 밀키트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