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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누구나 미래 바꿀 수 있다”… ‘포 투모로우’의 울림

입력 | 2022-09-21 03:00:00

현대차-UNDP 오픈 혁신 플랫폼 ‘포 투모로우’ 성과 담은 다큐 제작
휠체어 합법화… 태양광 램프 가방… 지구촌 지역혁신가 5명 활동 다뤄
아이디어 제안한뒤 전문가와 협업… 크라우드 소싱으로 최적 솔루션
론칭 2년간 52개국서 78개 제안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 사는 자밀라 마마들리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지하철을 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앱 개발에 참여해 장애인의 이동권 신장에 기여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아제르바이잔의 시골 마을에서 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수도인 바쿠로 건너온 24세 젊은 장애인 여성 자밀라 마마들리.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할 수조차 없는 현실에 맞닥뜨렸다. 바쿠에서는 지하철 내 휠체어 이용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지하철 관리 기관인 바쿠메트로 측에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이라곤 “에스컬레이터가 위험해서 어쩔 수 없다”였다.

하지만 자밀라는 포기하지 않았다. 직접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로 이동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것이다. 이 영상이 큰 호응을 얻자 마침내 바쿠메트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바쿠메트로는 장애인뿐 아니라 신체가 불편한 사람이 이동 1시간 전까지 전화나 앱으로 미리 신청만 하면 직원이 직접 지하철 이용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자밀라의 작지만 용기 있는 행동과 아이디어가 바쿠의 지하철 시스템을 바꾸고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크게 향상시켰다.

다큐멘터리 영화 ‘포 투모로우(for Tomorrow)’는 자밀라처럼 평범한 사람에서 지역 혁신가로 거듭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5명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 전 세계 혁신가들의 이야기 ‘포 투모로우’

15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 월터리드 극장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포 투모로우’의 시사회에는 오현주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왼쪽), 아힘 슈타이너 UNDP 사무총장(왼쪽에서 두 번째), 지성원 현대자동차 브랜드경험사업부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해 영화의 개봉을 축하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15일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공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최초 공개된 이 영화의 시사회에서 아힘 슈타이너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총장과 안체 린데체 유엔 주재 독일상임대표를 포함한 고위급 관계자들은 뉴욕 링컨센터 월터 리드 극장을 꽉 채운 참석자들과 함께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슈타이너 사무총장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혁신가들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매일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세계가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는 1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픽싱 더 퓨처(Fixing the Future)’ 페스티벌에 초청됐으며, 26일 캐나다의 C2 몬트리올 국제 컨벤션에서도 선보여질 예정이다.

이 영화는 현대자동차와 UNDP가 손잡고 운영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포 투모로우’ 프로젝트의 성과를 담았다. 미국 맨해튼 필름 페스티벌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한 호주 출신 영화 제작자 엘리엇 코텍 프로듀서가 제작을 맡았고 베트남 출신 안 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스타워즈 시리즈 등에 출연한 영국의 인기 배우 데이지 리들리가 내레이션에 참여해 이들의 생생한 스토리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영화는 유튜브 채널 ‘forTomorrow2030’을 통해 누구나 시청할 수 있고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에서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 누구나 혁신가가 될 수 있어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헌신하고 있는 혁신가들은 ‘포 투모로우’ 플랫폼을 통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협업하고 있다. 전 세계 각계의 구성원들이 집단 지성을 발휘해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 방식이다. ‘포 투모로우’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이바지하는 플랫폼’을 지향하는데 이를 통해 2020년 9월 론칭 이후 2년여 동안 총 52개국에서 78개의 다양한 솔루션이 제안됐다.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5명의 지역 혁신가들이 영화를 통해 공통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누구나 미래를 바꾸는 혁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에 사는 찐티홍은 지역의 폐기물을 활용해 비누와 세제를 만드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생물학을 정식으로 공부한 적이 없는 그는 이 솔루션을 통해 폐기물 처리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탰을 뿐 아니라 지역 여성들에게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효과를 창출했다.

또 인도에 사는 차루 몽가는 매일 밤길을 걸어 하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태양광 램프를 장착한 가방을 디자인했다. 한편 페루 안데스의 농가 커뮤니티는 조상의 지혜를 활용한 계단식 논과 관개 시스템을 구축해 기후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이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과 노력이 변화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습으로 구현돼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 플랫폼 통해 전 세계 솔루션 연결
시에라리온의 엔지니어 이매뉴얼은 포 투모로우 플랫폼을 통해 케냐의 또 다른 지역 혁신 프로젝트인 솔라 이-사이클(Solar E-Cycles)뿐 아니라 현대자동차와도 협업해 눈길을 끌었다. 용접공인 아버지 밑에서 기술을 익힌 청년 이매뉴얼은 쓰레기 매립장에 버려진 고철 등을 활용해 손수 태양광 자동차를 만들었다.

특히 그는 차세대 태양전지를 연구하고 있는 현대차의 전자소자연구팀 연구원들과 만나면서 앞으로 아이디어를 한층 더 발전시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기후 변화처럼 세계적인 파급력을 가진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풀뿌리 혁신가들은 각국에서 고민해 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슷한 고민을 가졌던 이들이 ‘포 투모로우 플랫폼’을 통해 서로 연결됨으로써 서로 협업하는 가운데 아이디어를 보다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