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 회장, 정책 불합리성 강조
황현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이 16일 서울 송파구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서울시회 사무국에서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 정책의 부당함을 설명하고 있다.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제공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계기로 국가 차원에서 시설물 안전 및 유지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이 도입됐다. 관련자들은 특수교량 관리 등 전문화된 기술을 축적해오며 국민 안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무작정 이 업종을 폐지하는 건 국민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 공포한 뒤 업계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황현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이 관련 내용이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된 시행령은 29개 전문건설업종을 14개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건설업종 간의 상호 시장 진출을 위한 칸막이 줄이기를 취지로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기존 28개 업종이 14개 대업종으로 통합되며 시설물유지관리업만 폐지되는 상황이 됐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12월 31일까지 유예기간을 두었다.
업종 관계자들은 2020년 7월부터 청와대 국회 국토교통부 앞에서 대규모 규탄대회 및 천막농성, 릴레이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업계는 국토교통부가 시설물유지관리업이 지닌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시대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유예기간 또한 촉박해 관련 업체들이 곤경에 빠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 송파구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서울특별시회에서 만난 황 회장은 사업자들의 급박한 사정에 대한 안타까움과 정부 정책의 불합리성을 강조했다.
황 회장은 먼저 “국토교통부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이 타 업종과 분쟁을 일으킨다는 것을 폐지 사유 중 하나로 들었다. 하지만 건설업종의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업종만을 분쟁을 이유로 폐지시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우리 업종이 폐지되면 이익을 보는 업종이 있다.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건 아닌가 하는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노후시설물 및 특수시설물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그 유지 관리의 중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안도 없이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면서 “또한 기존 업자들에게는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하라고 하는데, 갑작스럽게 새로운 분야로 전환하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엔 다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더라도 도산하지 않고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는 시간을 주어야 하는 것이 먼저 할 일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국민 안전을 위해서는 시설관리 업종을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하는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는 철회돼야 한다. 지금이라도 이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