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은 정말로 끝난 것일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유행의 종식을 선언한 이후 외신이 쏟아내고 있는 질문이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상당수 현지 언론의 판단은 “아니요”. 미국에서는 여전히 하루 평균 2만 명 넘는 신규 확진자에 400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4300명이 새로 입원한다. 미국 보건부가 석 달 단위로 연장해온 공중보건 비상사태 국면도 유지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팬데믹은 끝났다”라고 불쑥 언급한 곳은 디트로이트 모터쇼 방문을 계기로 진행한 CBS ‘60분’과의 인터뷰에서였다. 북미 최대 규모의 모터쇼에서 마스크 쓴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게 그의 확신을 키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발언은 당장 백악관 당국자들부터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의회에 추가 요청해 놓은 224억 달러의 예산을 받아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정부의 백신 접종 캠페인도 동력이 떨어질 판이다.
▷야당인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말이 맞다면 공중보건 비상사태부터 해제하라”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해제할 경우 1500만 명의 취약계층이 백신 접종과 치료 시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된다. 미국 내 전문가들도 우려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허튼소리”, “역겨운 발언”, “중간선거를 의식한 보건 포퓰리즘”이라는 날 선 반응까지 나왔다. 모더나와 화이자 등 백신업체들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90억 달러(약 12조5000억 원) 넘게 날아가 버렸다. 후폭풍이 한동안 이어질 조짐이다.
▷마스크조차 벗지 못하는 한국에 코로나 종식 논란은 일러도 한참 이르다. 실내 마스크 착용 규정을 풀어 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아직 단호하다. 독감의 5배에 이르는 현재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R0)이 더 낮아지고, 위중증 이완율 등 수치가 더 떨어져야 방역 완화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올겨울 독감과 코로나가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결국 과학적인 데이터와 지표에 근거해서 차근차근 연착륙을 향해 나아가는 것 외에는 길이 없어 보인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