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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히잡 미착용女 의문사’ 항의시위… “진압중 5명 사망”

입력 | 2022-09-21 03:00:00

인권단체 “경찰이 시위대에 발포”
국영 매체들은 “사망자 없다” 부인



경찰 오토바이에 불 붙이는 이란 시위대 이란 테헤란 시내에서 20대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19일 테헤란 중심가에서 경찰 오토바이에 불을 붙이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3일 복장 규정 위반으로 체포됐던 마흐사 아미니(22)는 16일 경찰 조사 도중 숨졌다. 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항의 시위가 테헤란과 사케즈 등 이란 주요 도시에서 확산되고 있다. 테헤란=AP 뉴시스


이란에서 히잡(얼굴만 내놓고 머리 목 가슴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전통 복장)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던 20대 여성이 돌연 숨진 데 대한 항의 시위가 격렬해지고 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5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쿠르드족 자치 지역 헹가우 인권단체에 따르면 19일 이란 경찰 당국이 쿠르드족 거주지역에서 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死) 사건 항의 시위대에 총기를 발포해 5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쿠르드족 거주지인 사케즈, 디반데레, 데홀란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헹가우 인권단체는 시위대 75명이 경찰 진압 과정에서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란 경찰 당국은 시위대 사망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란 국영 TV는 이날 다친 시위자가 “사망자는 없었다”고 말하는 인터뷰를 방송하며 ‘사망설’을 부인했다. 국영 통신사 iRNA 역시 일부 시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경찰이 해산시켰다고만 밝혔다.

앞서 쿠르드 거주지 사케즈 출신 22세 마흐사 아미니가 16일 수도 테헤란에 있는 친척을 방문했다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아미니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쓰러진 뒤 숨졌다고 밝혔지만 유족은 아미니가 구타를 당해 숨졌다며 맞서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 조사를 약속했지만 항의 시위는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란은 1979년 이른바 이슬람 혁명 이후 만 9세 이상의 모든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반드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