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과천관 오늘부터 특별전 故 李회장 기증 피카소 도자 중 90점, 모네-샤갈-고갱-달리 등의 회화 7점 19세기 佛활동 거장 8인 작품 한자리… 내년 2월 26일까지 무료 전시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1917∼1918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장 한쪽에 세워진 채 샛노란 빛을 머금은 가로등. 오래전 유럽 거리를 밝히던 가스등처럼 밝아졌다가 어두워지길 반복한다. 안개 낀 프랑스 파리 센강 주변을 산책하면 이런 기분이 들까. 몇 발짝을 더 내디디니 파블로 피카소와 클로드 모네의 작품이 눈앞에 펼쳐졌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이 위대한 예술가들이 모여들던 19세기 파리의 노천카페로 탈바꿈했다. 21일 개막한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이 관객을 몽환적인 걸작의 세계로 초대한다.
마르크 샤갈의 ‘결혼 꽃다발’(1977∼1978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파블로 피카소의 ‘이젤 앞의 자클린’(1956년). 피카소의 두 번째 부인 자클린 로크를 그렸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 제목에서 짐작되듯 작가 8명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파리에서 활동했다. 당시 파리는 세계적인 미술의 중심지로, 이들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끼쳤다.
폴 고갱의 ‘센강 변의 크레인’(1875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피카소와 미로, 달리는 스페인 출신이지만 파리에서 처음 만났다. 미로와 달리가 파리에 온 이유가 피카소 때문이었다고 한다.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1940년)과 피카소의 도자 ‘켄타우로스’(1956년), 사람과 새와 별이 있는 밤 풍경을 담은 미로의 ‘회화’(1953년)와 피카소의 ‘큰 새와 검은 얼굴’(1951년)을 살피노라면, 파리의 밤하늘 아래서 셋은 어떤 대화를 나눴을지 궁금해진다.
르누아르와 샤갈 역시 피카소와 이어진다. 피카소는 전시에 소개된 르누아르의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1917∼1918년)를 본 뒤 1919년 존경을 담아 르누아르의 초상화를 그렸다. 샤갈도 파리를 사랑했으나 피카소를 처음 만난 곳은 1940년대 말 프랑스 남부였다. 샤갈의 ‘결혼 꽃다발’(1977∼1978년)은 당시 도자에 매진하던 피카소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