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안보 대정부질문 공방
한덕수 국무총리(전광판 왼쪽)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취소’ 논란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사진공동취재단
“조문과 장례식 참석은 엄연히 다른데 외교 참사 아닌가.”(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
“조문에 대해 외교 실패라고 시끄럽게 정쟁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외에는 없다.”(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대정부 질문 이틀째인 20일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논란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무능’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맹공을 퍼부었고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야당이 지나친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 “‘조문 취소’ 외교 참사” vs “조문마저 정쟁으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 400회 국회 본회의 외교·통일·안보 대정부질문을 받으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이에 맞서 정부 여당은 조문 일정이 영국 왕실과 사전 조율이 됐고, 장례식에 참석한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성당에서 하는 장례가 진짜 장례고, 국장이라고 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그곳에 외국 정상들과 같이 참석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조문 외교마저도 정치적 정쟁거리로 몰아가는 행태는 바꿔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현지) 교통이 안 좋다 보니, 영국 왕실에서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에 늦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참배와 조문록 작성의 순연을 요청해 와서 왕실의 요청과 안내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야가 공방을 이어간 가운데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장례식이 핵심 행사라고 할 수 있다”며 “새 국왕을 만났고 국장에 참석하셨다. 그걸 조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한덕수 “美 IRA, ‘펠로시 패싱’과 무관”
민주당은 미국 IRA 통과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도 현 정부의 외교 실패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IRA가) 8월 8일 미국 상원, 12일 하원을 통과했는데 8월 4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한국에 왔었다”며 “(우리) 정부가 펠로시 의장에게 결례했단 말이 많았는데 윤 대통령은 왜 안 만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펠로시 패싱’이 ‘전기차 패싱’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 총리는 “백악관하고도 소통을 해봤지만, 펠로시 의장과는 연관이 없다”고 ‘펠로시 패싱’ 논란에 선을 그었다. 한 총리는 윤 의원이 ‘한국산 전기차 차별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이 아니냐’고 물은 데 대해선 “법적으로 검토한 바에 의하면 위반일 것 같다”고 답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