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뇌질환 진단을 받은 피해자에게 국가가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후폭풍 가능성이 거론된다.
법원이 백신 관련 피해보상 청구 소송에서 접종자 손을 들어주며 유사 사건에 국가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상반응 신청 건만 8만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추가 소송 가능성도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최근 30대 남성 A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병원 측은 A씨 내원 직후 보건당국에 이상반응 발생을 신고했다. 다만 검사에 시간이 소요되며 각 증상을 진단받기까지 1~3주의 시차가 발생했는데, 다리저림의 경우 20여일이 지난 이후 최종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 가족은 질병청에 진료비 337만원, 간병비 25만원의 피해보상을 신청했지만, 질병청은 A씨 증상이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리저림의 경우 최종 진단을 받은 시기가 접종 14일 이후라는 점에서 시간적 개연성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백신 접종과 A씨 부작용간 인과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보건당국이 증상이 나타난 시점을 오인해 개연성을 부인했고, 이는 위법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질병청이 실제로 1~2일 뒤 증상이 발현된 것을 고려했다고 주장하지만,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 회의결과를 봐도 증상 발생을 14일 후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 확인될 뿐”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A씨는 접종 전 해면상 뇌혈관기형 및 이 관련 질병을 진단받은 적이 없다”며 “설령 A씨에게 뇌혈관기형이 존재했다고 해도 접종과 증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할 개연성이 있는데도 달리 판단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전례 없는 감염병 위기로 백신 개발이 단기간 내 이뤄졌던 만큼 접종에 따른 피해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짚었다.
재판부는 “코로나19 백신은 예외적 긴급절차에 따라 승인·허가가 이뤄지거나 조건부 승인·허가돼 접종이 이뤄졌다”며 “백신 접종으로 어떠한 피해가 발생할지, 구체적 피해발생 확률은 어떠한지 등은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백신 접종과 질환 등 이상반응의 인과관계 인정 조건으로 ‘다른 원인의 증명’ 여부를 들었다. 이는 백신 접종 이전까지 특별한 질환이나 의학적 문제가 없었던 접종자들에게 유리한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재판부는 “예방접종과 장애 등 사이의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적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아울러 “다른 원인에 의해 이상반응이 나타났다는 점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증명이 없는 한 해당 증상과 AZ백신 사이에 역학적 연관성이 없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백신 부작용을 둘러싼 피해보상 소송에서 접종자가 승소한 것으로 알려진 첫 사례다.
질병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과 관련해 진행 중인 소송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총 9건이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호소하고 있는 사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국가 피해보상 판결이 잇따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 판단을 근거로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부작용 경험자나 현재도 진행 중인 이들이 추가적인 법적 분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5일 기준 질병청이 집계하는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건수는 8만7304건인데, 이 중 보상이 결정된 수치는 2만801건(32.0%)이다.
한편 당국이 항소를 제기하며 최종 법원 판단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은 전날 브리핑에서 판결과 관련해 “추가 소명이 필요해 항소를 제기했다”며 “의학적 근거와 백신 이상반응 정보, 제도적 절차에 기반해 적극적으로 소명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