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도 2017년 이후 5조6000억원 규모로 이뤄진 은행권의 태양광 사업 관련 대출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조만간 각 은행들로부터 태양광 대출 종류와 건수, 금액, 담보물 평가액 등 관련 자료를 받아볼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화에서 “태양광 대출이 여러 갈래여서 일단 자료를 금융회사들로부터 받아보려고 준비 중”이라며 “정책자금 대출, 지자체 협약 대출, 은행 자체 상품, 일반 여신 대출 등 여러 가지가 있어서 태양광 대출이 어떻게 얼마나 있는지 자료 파악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일단 현황 파악 차원이라고 했지만 정부·여당이 전 정권을 겨냥한 태양광 비리 의혹 총공세에 나선 만큼 부실 징후가 포착될 경우 은행권에 대한 대대적 검사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문재인 정부 당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위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을 점검한 결과 12개 지자체에서 총 2267건, 2616억원의 위법·부당사례를 적발했으며 조사 대상을 다른 지자체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은행권 자료를 검토해 태양광 대출 구조를 파악한 뒤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현장 검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월 이후 국내 14개 은행의 태양광발전 사업자 시설·운영 관련 대출액은 총 5조6088억원(2만97건)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1조739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전북은행 1조4834억원, 신한은행6924억원, 하나은행 3893억원, 농협은행 3351억원, 산업은행 2845억원, 광주은행 2682억원 등의 순이었다.
문제는 태양광 대출 중에 담보초과 대출이 1조4953억원(1만2498건)으로 전체의 26.6%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담보초과 대출은 대출취급액보다 담보물 평가액이 낮은 대출이다. 담보물 가치를 제한 나머지는 신용대출 등의 형식으로 빌려준 것이다.
만일 사업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담보물을 처분해도 대출액을 만회할 수 없기 때문에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 태양광 사업성 악화까지 겹친다면 은행에 부실 대출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의 이번 점검에서는 은행권의 담보초과 대출의 적절성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태양광 대출 부실 우려와 관련해 “금감원과 긴밀히 협조해 처리하겠다”고 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담보 가액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또 태양광 사업은 미래 ‘캐시 플로우’로 장기에 걸쳐 상환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구조들을 세세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