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세운 도네츠크·루한스크 인민공화국(DPR·LPR)을 비롯해 러시아군이 점령한 남부 헤르손, 자포리자 등에서 공식 합병을 위한 대대적인 주민투표를 강행하기로 한 것에 대해 서방이 맹비난하고 나섰다.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 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프랑스 등이 나서서 러시아군이 점령한 남부 헤르손, 자포리자 등에서 이뤄질 주민투표를 두고 강한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번 주민투표는 주권과 영토 보전 원칙에 대한 모독”이라며 “러시아가 사기(sham) 주민투표를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온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은 주민투표가 무의미할 것이라고 바라보는 입장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기타나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계획된 투표를 묘사하기 위해 “패러디”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변인은 “러시아의 가짜 주민투표는 불법”이라며 “리투아니아는 그들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DPR과 LPR은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러시아 합병과 관련해 주민투표를 원한다고 밝혔다. DPR과 LPR은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와 루한스크주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공화국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지역의 독립을 승인한 바 있다.
주민투표로 해당 지역이 공식 합병될 경우 이 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는 러시아가 200만 명의 강력한 예비군을 동원할 근거가 된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침략에 실패한 수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주 전역을 점령하는 것이 주된 목표라고 선언했다. 현재 러시아는 도네츠크의 약 60% 가량을 점령하고 있고 수개월 간의 격렬한 전투 끝에 천천히 진격해 7월까지 루한스크의 거의 모든 지역을 점령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루한스크의 거점을 탈환하고 주 전역으로 진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지 하루만에 주민투표를 발표한 것.
세리이 가이다이 루한스크 지역 주지사는 우크라이나 TV와의 인터뷰에서 주민투표는 불법이라고 반발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해당 내용을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