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이나 이 험난한 세월을 시를 쓰면서 살아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시를 쓰지 않았다면 도대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왔을까.”(‘시인의 말’ 중에서)
정호승(72) 시인은 2년 만에 신작 시집을 펴내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열네번째 시집이자 등단 50주년을 맞아 ‘슬픔이 택배로 왔다’(창비)가 출간됐다.
그간 ‘슬픔이 기쁨에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을 펴내며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으로 자리매김한 정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평이한 시어로 그만의 시 세계를 펼쳐낸다.
이번 시집에서는 ‘죽음’에 대한 사유가 특히 돋보인다. 첫 시의 첫 구절을 “내가 땅에 떨어진다는 것은/책임을 진다는 것이다”(‘낙과(落果)’)로 시작한 시인은 “죽고 싶을 때가 가장 살고 싶을 때이므로/꽃이 질 때 나는 가장 아름답다”(‘매화불(梅花佛)’)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등단 후 50년의 세월을 거친 정호승은 ‘시인의 말’을 통해 “썩어가는 모과향은 모과의 영혼의 향기”라며 “내 육신은 늙어가도 내 영혼만은 시의 향기로 가득 채워지기를 소망해본다. 시를 향한 내 마음만은 50년 전 처음 등단했을 때 그 청년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