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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드러낸 전주환과 ‘신상 공개의 역사’[청계천 옆 사진관]

입력 | 2022-09-21 11:23:00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31)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전주환이 21일 오전 남대문 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기 전 마스크를 벗은 채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신상정보가 공개된 이후 전 씨가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9일 전 씨의 이름과 사진, 생년월일을 공개했습니다.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31)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전 씨는 지난 14일 저녁 지하철 내부 화장실에서 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던 여성 역무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인 전주환(31)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전 씨는 피해자를 불법 촬영하고 스토킹한 것을 인정하느냐는 물음에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제가 진짜 미친 짓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범행 동기나 사전 계획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강력 범죄 피의자가 포토 라인에 서는 역사는 1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지난 2003년 발생했던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까지는 피의자의 집 주소까지 보도됐었으나 점차 인권 보호의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피의자의 신상이 비공개됩니다. 


1일 오후 한 시민이 경기 서남부 지역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 씨가 화성시 비봉면에서 이뤄진 현장검증 사진을 보고 있다. 2009년 2월 1일 자료사진

그러나 연이어 발생한 연쇄 살인범의 신상이 비공개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과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사진을 입수한 여러 언론사들이 모자이크를 하지 않은 채 보도를 강행해 피의자 신상 공개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경찰은 여론에 밀려 현장 검증에서 강 씨의 마스크를 씌우지 않고 진행해야 했습니다. 결국 1년 뒤인 2010년 4월 15일부로 ‘피의자 신상 공개 제도’가 신설됐습니다.


22일 신상 공개가 결정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가 서울 양천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성수의 왼쪽 목에는 문신이 선명하게 보인다(사진). 한 문신 전문가는 “주술적 의미를 갖고 있는 ‘트라이벌 타투’의 일종으로, 용맹함을 강조하는 문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8년 10월 23일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5일 오전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이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종로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전날인 24일 오후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주빈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2020년 3월 25일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노원구 세 모녀 살해 혐의를 받는 김태현(25)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김태현은 이날 스스로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공개했다. 2021년 4월 9일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다만 신상정보가 공개되더라도 언론 앞에 설 때 피의자가 얼굴을 감추는 것까진 막을 수 없습니다. 전 남편을 잔인하게 살인한 혐의를 받고 있던 고유정은 신상 공개 후에도 연신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려 논란이 일었습니다.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피해자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년 06월 12일 뉴시스

피의자의 마스크를 벗길 순 있지만 ‘경찰청 경찰 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는 ‘경찰은 특정강력 범죄 피의자의 얼굴 공개 시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해서는 안 되며 얼굴을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경찰은 전씨에게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 수사 기록과 증거를 검찰에게 넘겼고,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와 범행 전후 상황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