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하면 가치를 얻기 마련이다. 한국 프로야구(KBO) 무대에서는 젊은 우타거포가 그렇다. 한동안 한국 야구에서는 유소년 때부터 우투수 상대 이점, 1루까지 가까운 거리 등 경쟁력을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좌타’로 자라는 일이 잦아 졌다. 애초에 거포로 크기도 쉽지 않지만, 전문훈련으로 유입되는 유소년들 중 좌타자 비율이 늘다보니 우타거포는 더 희귀해졌다. 이 때문에 야구팬들이 이재원(23·LG), 한동희(23·롯데) 같은 ‘우타거포 유망주’들이 꿈틀만 해도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2020 시즌 풀타임 첫 해 ‘리틀 이대호’라는 기대 속에 등장한 한동희(왼쪽)와 부산 사직구장에서 함께 포즈를 취한 이대호. 롯데자이언츠 제공
6월 28일 잠실 NC전에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날리고 있는 LG 이재원.
차세대 우타거포의 신규 유입이 주춤한 사이 KBO 우타거포는 고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21일 현재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KBO)에서 20홈런 이상을 친 타자 10명 중 우타자 5인방인 박병호, 피렐라(33·삼성), 최정(35·SSG), 이대호, 양의지(35·NC)의 평균나이는 36.2세다. 20대는 전무하다.
20홈런 타자 중 우타자 비율도 딱 절반(50%)이다. 1994년 20홈런 이상 타자가 3명밖에 없었고 그중 우타자가 1명이라 33%를 기록했던 때를 제외하면 역대 최저 수준이다.
프로야구 초창기(1982~1988년)에는 ‘20홈런 타자=우타자’ 100% 공식을 이어왔고 이후에도 늘 20홈런 타자 중 우타자가 더 많았다. 하지만 그 비율은 점점 줄어 이제는 50% 벽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가 될지 모른다.
특히 2020년부터 20홈런 이상 타자 중 우타자 비율은 계속 50%대(2020년 50%, 2021년 57.1%, 2022년 50%)에 머물고 있다. 리그 역사상 3년 연속으로 20홈런 이상 타자 중 우타자 비율이 50%대에 그친 것은 처음이다.
에런 저지(30·뉴욕양키스)는 21일 60홈런을 기록하며 1961년 로저 메리스(전 뉴욕 양키스·61홈런) 이후 아메리칸리그에 ‘60홈런 시즌’의 부활을 알렸다. 최근 7경기 연속홈런으로 연속홈런 MLB 타이기록을 쓴 마이크 트라우트(31·LA 에인절스) 역시 리그를 대표하는 우타거포 스타다. KBO에서 우타거포 구경이 힘들어지는 시대, 한국 팬들은 이들의 활약이 더 부러울 수밖에 없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