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전현충원 묘역에서 발견된 구슬말.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2020년 여름 국립대전현충원 묘역을 뒤덮었던 ‘괴생명체’인 구슬말(사진)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는 미생물이 발견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토양에 사는 남조류(남세균) 구슬말의 성장을 막는 방선균 2종을 발견해 ‘친환경 농약’을 위한 대량생산 기술 개발에 들어간다고 21일 밝혔다.
구슬말은 남조류의 일종이다. 남조류란 주로 물 속에 살면서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다. 우리가 여름철 강에서 보는 녹조도 이 남조류가 왕성히 성장한 모습이다.
구슬말은 땅 위에 사는 희귀남조류다. 잔디밭이나 축축한 바위, 분수 바닥 등에 무리지어서 산다. 극지방에서도 살 수 있고 건조한 곳에서도 잘 살아남아 100년 넘게 생존한다고 알려져 있다. 초록색의 미끈미끈한 덩어리가 모여 있어, 언뜻 보면 목이버섯이나 젤리덩어리가 뭉쳐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통해 의문의 생명체가 구슬말이라는 것이 지난해 밝혀졌다. 자원관이 구슬말에 대해 추가 연구를 벌인 결과 구슬말에 항균·항염 효과가 있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구슬말 성장을 억제하는 방선균 2종을 대전국립현충원 묘역에 살포하고 있는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자원관은 구슬말을 기존 농약으로 퇴치하는 대신 친환경적으로 퇴치하는 방법을 추가로 연구했다. 국내 토양에서 분리 배양한 300여 균주를 대상으로 실험을 벌인 결과 스트렙토마이세스 올리보크로모제네스 제이씨201-67 등 방선균 2종에서 방제 효과를 확인했다.
방선균이란 토양에 주로 서식하며 우리가 말하는 ‘흙냄새’를 유발하는 미생물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항생제 60%가 바로 이 방선균에서 유래된 것으로, 토양의 비옥도를 높이고 토양 병원균 방제에도 널리 이용되는 식·의약, 농·축산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균이다.
자원관은 조만간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방선균에서 구슬말을 억제하는 물질이 무엇인지 실체를 밝히는 연구에 들어간다. 또 이 물질을 대량생산해 친환경 농약을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창무 국립생물자원관 미생물자원과장은 “현장 적용 최적화 연구를 통해 앞으로 3년 이내 구슬말 방제 현장에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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