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정부가 21일 세종을 제외한 모든 지방은 물론 수도권 일부까지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나선 건 이들 지역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는 등 부동산 시장 침체 강도가 예상보다 강한 영향이 크다.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거래 절벽이 심화돼 실수요자들의 거래조차 어려워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크지 않은 시기에 규제를 풀어 거래를 정상화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서울을 비롯해 경기, 인천 중심부는 집값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판단해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규제 완화에 나설지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 쌓이고 하락폭 큰 지방 규제 우선 해제
정부가 올해 6월 지방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세종을 제외한 지방을 모두 규제지역에서 전면 해제한 것은 지방 미분양이 급증하는 등 시장이 급랭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토부가 발표한 ‘7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방 미분양 주택은 2만6755채로 지난해 말(1만6201채) 대비 65.1% 급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 가격은 올해 들어(이달 12일 기준) 0.59% 하락했다. 세종시가 7.11%, 대구가 5.23%, 부산이 0.71% 떨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은 시장 상황으로 볼 때 선제적으로 규제를 풀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세종시는 집값 하락세가 뚜렷하지만 청약경쟁률이 높고 미분양도 적어 조정대상지역으로 남겼다”고 했다.
수도권은 경기 외곽과 인천을 중심으로 규제지역이 해제됐다. 경기와 인천의 7월 미분양 주택은 각각 3393채, 544채로 지난해 말 대비 각각 229.4%, 28% 증가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경기 양주시는 최근 3개월 간 2.35% 하락했고, 동두천시(―1.14%), 파주시(―0.69%), 평택시(―0.43%), 안성시(―0.32%) 등도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도권은 서울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많지 않고 시장 불안 가능성이 남아있어 일부만 해제했다“고 했다.
규제지역 해제로 대출·세제·청약 규제 완화
이번에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인천은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해졌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남은 인천 중구, 연수구 등 8개 구는 주택을 매수할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50%(주택가격 9억 원 이하)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택분양권 전매제한 기간도 최대 5년에서 3년으로, 청약 재당첨기한은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든다.
아파트 분양 때 추첨제 물량도 늘어난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민영주택 청약 때 전용 85㎡이하에서 추첨제 물량이 없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서는 25%가 추첨제 물량으로 나온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도 받지 않는다.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과 경기 평택·안성·양주·파주·동두천시 등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세금·대출·청약 등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주택을 매수할 때는 LTV가 최대 70%까지 적용된다. 2주택자가 될 때 취득세도 8%에서 1~3%로 낮아진다. 민영주택 추첨제 비율도 전용 85㎡까지 60%로 늘어나고 전용 85㎡를 초과하면 100% 추첨제가 적용된다. 1가구 1주택자가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받을 때 거주할 필요 없이 2년만 보유하면 된다.
집값 영향은 미미할 전망
그 동안 규제지역 해제를 강력하게 요구해온 지방은 일부 환영하면서도 거래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대구 수성구 한 공인중개업소는 “집주인 10명 이상이 조정대상지역에서 언제 풀리는 지 문의를 줬다”며 “거래가 끊겨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거래가 일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전주 덕진구 한 공인중개업소는 “규제지역에서 해제됐지만 매도인 연락만 오고 매수자는 없다”며 “금리가 더 높아질 전망이라 매수세가 붙기 어렵다”고 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남은 세종시에서는 반발의 목소리도 크다. 세종시 다정동 한 공인중개업소는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리지 않아 실망했다”며 “조정대상지역은 다주택자 취득세가 중과되는데, 거래가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부 대도시권은 투기 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극심한 거래절벽에 조금은 숨통이 트일 것”이라면서도 “부산이나 수도권 외곽 등은 투자처를 찾던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 유입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