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가 41억500만 달러 적자를 내면서 6개월 연속 적자 가능성이 커졌다. 6개월 연속 적자는 1995년 1월∼1997년 5월의 장기적자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이다.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더 큰 문제다. 수출 전선의 위기 신호가 뚜렷해짐에 따라 수출 주도의 빠른 경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달 1∼20일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8.7% 감소했다.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었다고 해도 2020년 10월 이후 줄곧 증가세를 유지해온 수출의 감소는 충격적이다.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대중(對中) 수출 감소가 이달에도 계속된 데다 대미(對美) 수출까지 2년 1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수출이 위축된 것과 달리 수입은 이달에도 6.1% 늘어 2020년 12월 이후 21개월간 계속되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경제의 수익 구조에 구조적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무역적자는 원-달러 환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쳐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 원유, 원자재 수입가격이 인상돼 무역수지가 다시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수출 감소는 한국경제 기초체력에 대한 외국인투자가들의 의구심을 키워 자본 이탈의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
우리 국회에도 반도체 분야 초격차를 지킬 수 있도록 관련 기업에 세금을 감면해주고, 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내용의 ‘K칩스법’이 지난달 초 발의됐다. 하지만 50일이 다 되도록 여야는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만간 삼성전자가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자리를 대만 TSMC에 빼앗길 것이란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나라의 미래를 볼모로 한 인질극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