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28일 개봉 폐암 말기 아내의 ‘버킷리스트’ 첫사랑 찾기 여정 따라나선 남편 시대별 인기가요 듣는 재미도
부산 해운대로 신혼여행을 간 두 사람.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폐업 직전인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지난해 영업종료) 앞. 버스를 잘못 타 영화관 근처에서 내린 중년 여성 세연(염정아)은 순간 추억에 빠져든다.
남편 진봉(류승룡)에게 “우리 옛날에 여기서 영화 자주 봤잖아”라며 전화로 다정히 말을 건네보지만, 돌아오는 건 무뚝뚝한 반응뿐. 상념에 잠긴 세연은 홀로 읊조리듯 노래를 시작한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20대 시절 세연(염정아·가운데 여성)과 진봉(류승룡)이 1990년 당시 모습으로 재현한 서울극장 앞에서 가수 이문세의 ‘조조할인’을 부르며 춤추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평생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에 헌신한 세연. 하지만 청천벽력처럼 폐암 말기를 선고받는다. 살날이 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선고. 세연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다. 그런데 가장 하고 싶은 게 고교 시절 첫사랑 정우 오빠(옹성우)를 찾는 것. 세연의 요청에 진봉은 마지못해 ‘첫사랑 찾기 여정’에 따라나선다.
부부는 첫사랑을 찾아 전국을 돈다. 목포에서 부산, 보길도…. 그때마다 이문세의 노래들은 물론이고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이승철) ‘부산에 가면’(최백호) 등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노래가 줄기차게 쏟아지며 과거의 풍경과 조우한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적)처럼 비교적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노래도 간간이 어우러진다.
말기 암 환자라는 설정은 아무래도 상투적인 소재. 하지만 연출은 작품을 ‘신파 범벅’으로 만들지 않으려 무척 애를 쓴다. 가족의 이별식 같은 장면은 아무래도 짠하지만, 슬픔을 내세워 뻔하게 흐르지 않는다. 끝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는 절제력이 돋보인다.
오히려 아쉬운 건 뮤지컬 영화의 가장 기본인 음악이다. 정극 대사에서 노래로 넘어가는 장면이 다소 어색하고, 배우들의 가창력이 기대보단 많이 아쉽다. 최근 염정아도 “뮤지컬 영화에 출연하는 게 꿈이었지만, 해보니까 쉽지 않았다. 노래도 춤도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류승룡 역시 “우리나라는 언제나 노래 부르고 춤추는 민족이라 부담이 상당했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