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생존하는 미생물 군집 장 치료시 항생제 대체할 수 있고, 면역기전 배가시켜 항암에 도움 옥시토신 분비 늘려 자폐증 치료 美 업체들 FDA 허가 신청 제출
국내 한 마이크로바이옴 업체 연구원이 임상 연구를 하기 위해 균주를 배양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연구가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동아일보DB
최근 미국의 세레스, 페링 등 마이크로바이옴 회사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생물의약품 허가 신청을 내면서 세계 최초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의 탄생을 앞두고 있다.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 군집을 의미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흔히 유산균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앞으로 다양한 질환에서 미생물을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일상생활에 가까이 다가온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의 현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 가시화된 첫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장내 세균을 기반으로 한 연구에서 시작됐다. 따라서 가장 초기에 진입한 회사들은 세균성 장염과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 등의 염증성 장 질환 등 소화기계 질환 중심으로 연구를 해 왔다.우리 몸은 유익균, 유해균이 장내에 균형을 맞춰 살면서 건강을 유지한다. 그 균형이 깨지고 유해균이 증가하면서 인체에 다양한 질환이 생긴다. 따라서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을 넣어줘 불균형을 해소하는 기전으로 이 질환들을 치료한다.
대부분은 주사제가 아닌 경구용 치료제이기 때문에 복용하는 데 부담이 작은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세레스가 미 FDA에 제출한 약도 세균성 장염 치료에 관련된 것이다. 늦어도 2023년 상반기(1∼6월)엔 마이크로바이옴 최초의 의약품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뒤질세라 페링도 FDA와 생물의약품 허가 신청과 관련된 만남을 진행했다. 두 번째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 항암제 신약으로도 진출
마이크로바이옴을 눈여겨봐야 될 분야가 바로 항암제 신약이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의 면역 기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 많은 연구 결과로 증명되고 있다.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을 투입해 암세포와 싸우는 우리 몸의 면역을 높여 암을 치료하는 원리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재 각광받고 있는 면역항암제와 마이크로바이옴을 병용해 치료할 경우 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로 폐암, 방광암, 두경부암, 위암, 담도암 등 고형암 분야에서 신약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항암제 신약을 주도하는 업체는 국내에서는 지놈앤컴퍼니, 해외에서는 4D파마, 신로직 등이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현재 위암, 담도암 등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어 외국의 다른 업체들과 경쟁 중이다.
서영진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최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내 바이오 업체들을 키우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자국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면서 “다행히 우리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바이오 생산 공장 부지를 확보해 앞으로 바이오 신약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다양한 치료제로 진출하는 마이크로바이옴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받는 또 하나의 분야가 뇌 질환과 피부 질환이다. 장내 세균이 뇌와 인체 면역에 작용해 우울증, 조현병, 자폐증, 건선, 아토피피부염 등에 영향을 준다는 논문들이 발표되기도 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분야가 자폐증 분야다. 자폐증은 전체 인구 중 약 4%의 유병률을 나타내는 매우 흔한 질환이지만 자폐증 치료를 목표로 개발된 약이 없다. 현재 자폐증 치료는 항정신병치료제, 항우울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자폐증 치료는 정서적 교감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옥시토신 분비를 늘려 자폐증을 치료한다는 원리다. 전 세계에서 지놈앤컴퍼니, 핀치, 액시얼 세러퓨틱스 등 3곳이 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임상 1상을 마치고, 미 FDA에 2상 신청을 기다리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