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협의회 논의, 관계 개선의 단초 만들어 강제징용문제, 해결 과정서 갈등 관리 중요 피해자 이해·양국 신뢰 얻는 노력 지속해야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민관협의회가 끝나면서 윤석열 정부의 해결책 마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번 제77차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회의가 열려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일 양국은 장관급 협의가 연이어 열리고 정상들의 만남이 추진되면서 대화조차 이루어지기 힘들었던 이전 상황과는 다른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지금까지 민관협의회의 논의가 윤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에 녹아 있다고 예측해 볼 수 있다. 한국의 노력이 한일관계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단초가 된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남아 있는 것은 일본 정부와의 교섭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일본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피해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이다.
민관협의회의 논의 과정은 이전 정부와는 달리 개방적이고 투명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국민과 소통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인정하고, 일본도 납득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찾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강제징용 문제 해법은 앞으로도 피해자들의 원칙론적 입장과 현실적인 대안이 갈등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해결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갈등을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선 한일 정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의 교훈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그 당시 한일 양국 정부는 합의 이후 피해자들을 위로하려는 감성적인 조치에 무감하여 국민적 반감을 사게 되었다.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논란이 일고 있는 시점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위안부 할머니와 만나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아베 신조 총리가 ‘털끝만큼도 사죄할 의사가 없다’고 하여 한국 국민의 공분을 자초했다. 피해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정부의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피해자들과 만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한 번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강제징용 문제의 해결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포괄적 해결 방식은 일괄 타결 방식이 아니라 한일 양국이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 앞으로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오해할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한일 양국은 상대방을 잘 이해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양국의 갈등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앞세워 상대방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데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강제징용 문제에서도 법적, 정치적인 입장만 앞세우면 타협점은 생겨날 수가 없다. 올해 8월 한일포럼에서 한 일본 인사가 말한 것처럼 인간의 관점에서 되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결국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도 민간 화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일본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지금 한일관계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한일관계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한일의 대립이 지속되면 앞으로 한일협력을 중시하는 정부는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한일 양국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국제관계의 파워 밸런스가 변화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한일관계가 새로운 조정기에 있는 것은 틀림없다. 한일 양국이 각자의 길을 가면서 상대방과의 협력이 필요 없다는 극단론은 서로의 미래를 해치는 길이다. 현재의 강제징용 문제의 현금화 조치를 관리하면서 한일 양국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