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에 26일부터 규제 완화 인천-세종, 투기과열지구 해제 서울은 부동산 규제지역 안 풀어 전문가 “거래절벽 당분간 계속”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 모든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다. 수도권에서 인천이 투기과열지구에서 벗어나고, 경기 평택시와 파주시 등 일부 지역도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리며 대출·세금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집값 하락 장기화나 미분양 적체 등이 나타나고 있는 지방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에 대응하려는 취지다. 다만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데다 수도권 대부분은 규제지역 해제 대상에서 빠져 거래 침체기에 접어든 시장 분위기를 크게 바꾸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1일 ‘2022년 제3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전국의 투기과열지구 중 4곳을 해제하고 조정대상지역 41곳을 해제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세종시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규제지역 조정안은 26일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조정대상지역은 △경기 안성 평택 양주 파주 동두천시 △부산 해운대 수영 동래구 등 14개 구 △대구 수성구 △경북 포항시 남구 △경남 창원시 성산구 등 총 41곳이 해제됐다. 이들 지역의 LTV는 현재 50%에서 70%로 완화된다. 조정대상지역은 101곳에서 60곳으로 줄어들게 됐다.
정부가 지방 규제지역을 전면 해제한 건 지방 부동산 시장이 거래량 감소와 미분양 확대 등 집값이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국토부는 “서울과 인접지역은 가격이 여전히 높은 점 등을 감안해 규제지역에서 해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해제가 거래절벽 등 현재 시장 흐름을 크게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데다 경기침체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대출 규제나 부동산 세제가 완화되더라도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매수세가 쉽게 붙지 못할 것”이라며 “당분간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고 거래절벽도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세종-인천 3곳 투기과열지구 해제… 15억 넘는 집도 주담대 가능
집값 하락세-미분양 급증에 대응… 규제 풀어 주택 거래 정상화 나서
경기 평택-파주 등 조정지역 해제… LTV 70%로 늘고 취득세는 줄어
전문가 “일부지역 거래 숨통” 전망… “금리 올라 매수 쉽지 않다” 의견도
정부가 21일 세종을 제외한 모든 지방은 물론 수도권 일부까지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나선 건 이들 지역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는 등 부동산 시장 침체 강도가 예상보다 강한 영향이 크다.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거래절벽이 심화돼 실수요자들의 거래조차 어려워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크지 않은 시기에 규제를 풀어 거래를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서울을 비롯해 경기, 인천 중심부는 집값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판단해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규제 완화에 나설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 미분양 쌓이고 하락폭 큰 지방 규제 우선 해제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은 시장 상황으로 볼 때 선제적으로 규제를 풀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세종시는 집값 하락세가 뚜렷하지만 청약 경쟁률이 높고 미분양도 적어 조정대상지역으로 남겼다”고 했다.
○ 규제지역 해제로 대출·세제·청약 규제 완화
아파트 분양 때 추첨제 물량도 늘어난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민영주택 청약 때 전용면적 85m² 이하에서 추첨제 물량이 없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서는 25%가 추첨제 물량으로 나온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도 받지 않는다.
○ 집값 영향은 미미할 전망
그동안 규제지역 해제를 강력하게 요구해온 지방은 일부 환영하면서도 거래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대구 수성구 한 공인중개업소는 “집주인 10명 이상이 조정대상지역에서 언제 풀리는지 문의해 왔다”며 “거래가 끊겨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거래가 일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규제지역에서 해제되지만 매도인 연락만 오고 매수자는 없다”며 “금리가 더 높아질 전망이라 매수세가 붙기 어렵다”고 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남은 세종시에서는 반발의 목소리도 크다. 세종시 다정동 한 공인중개업소는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리지 않아 실망했다”며 “조정대상지역은 다주택자 취득세가 중과되는데, 거래가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가라앉은 매수 심리가 쉽게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규제지역 해제는 주택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한 조치이지만,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 매수 심리가 갑자기 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부 대도시권은 투기 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극심한 거래절벽에 조금은 숨통이 트일 것”이라면서도 “부산이나 수도권 외곽 등은 투자처를 찾던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 유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