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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동료 찾아가고 ‘살좀빼’ 문자한 스토킹범…공소기각 이유는?

입력 | 2022-09-22 10:26:00


10년 전 직장동료 사이였던 30대 여성에게 수십 차례 전화하고 근무지로 찾아가는 등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4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공소가 기각됐다.

기소 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법원에 밝혔기 때문이다.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의 공소권이 제한되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돼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이광열 판사는 최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40대 남성 A 씨에게 공소 기각 결정을 내렸다.

A 씨는 10년 전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30대 여성 B 씨에게 지난해 10월부터 약 한 달간 ‘빵을 좀 줄이고 살을 좀 빼라’는 내용 등의 문자메시지를 20여 차례 보냈으며, 28회에 걸쳐 전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B 씨의 직장에 두 차례 찾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지난 3월 A 씨에 대해 약식명령을 청구했으나, 공소 제기 후 피해자 측으로부터 처벌불원서가 제출되면서 재판부 직권으로 재판에 회부됐다. 검찰의 약식명령 청구에 대해 재판부는 벌금형을 선고하거나 정식재판에 회부해야 한다.

이후 재판부는 B 씨의 처벌 불원 의사를 이유로 들어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같이 반의사불벌죄 조항으로 인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만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보니 수사 기관의 피해자 보호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가해자가 합의해달라며 피해자에게 2차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16일 스토킹처벌법상 반의사불벌죄 규정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규정이 폐지되면 A 씨처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수사기관의 공소권이 유지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진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