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한 사람이 선택한 ‘불필요한’ 전쟁을 경험했다”며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면서도 뻔뻔하게 유엔헌장 핵심을 위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러시아는 전쟁에 더 많은 군인을 동원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일부를 합병하려고 가짜 투표를 계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것은 주권국으로서의 우크라이나 권리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민 생존 권리까지 지워버리려고 한 것”이라며 “이 같은 사실은 국적과 신념에 상관없이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러시아가 점령한 가칭 도네츠크, 루한스크 인민공화국과 헤르손 자포리자 지역에서 러시아와의 병합을 결정하는 주민투표가 추진되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핵 카드를 꺼내든 것은 우크라이나가 이 지역을 탈환하려고 작전을 벌일 때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이뤄지는 사기(詐欺) 국민투표가 통과된다면 그 영토를 탈환하려는 어떤 시도도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돼 모든 옵션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새로운 법적 근거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 버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헌장 5조”라고 말했다. 나토 헌장 5조에는 회원국에 대한 어떠한 공격에도 공동 대응한다는 상호방위조약이 담겨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푸틴 대통령 핵 위협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만약 (미국의 전략 준비 태세를) 바꿔야 한다면 이를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핵 방위를 총괄하는 찰스 리처드 전략사령관은 이날 한 행사에서 “우리는 지난 30년간 볼 수 없었던 핵 보유국 간의 군사적 경쟁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며 “(핵 경쟁) 영향은 엄청나며 더 이상 이론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