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윤이나가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사무국에서 열린 상벌분과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 News1
윤이나는 지난 20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상벌분과위원회에서 3년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 징계는 KLPGA에서 주관 또는 주최하는 투어, 시드전, 선발전 등 모든 대회에 적용된다.
이는 부정행위가 나왔던 한국여자오픈을 주최하는 대한골프협회(KGA)에서 내려진 징계와 같은 수위로, 윤이나는 2025년 9월까지는 국내 대회에 나설 수 없다.
때문에 윤이나의 다음 행보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윤이나 측은 이번 징계가 발표된 이후 “상벌위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향후 거취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도 했다.
윤이나(19·하이트진로). (KLPGA 제공)
윤이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나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 도전한다면 KLPGA나 KGA에서 이를 막을 명분은 없다. 퀄리파잉 스쿨 등의 절차를 밟는다면 경기에 나서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남자 골프에서 비슷한 선례도 있었다. 지난 2019년 9월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에 출전했던 김비오(32·호반건설)는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갤러리의 휴대폰 카메라 셔터 소리에 격분해 가운뎃 손가락을 내밀고 드라이버로 잔디를 찍는 등 과격한 행동으로 3년 출전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이같은 ‘꼼수’는 결국 선수 본인의 미래에도 큰 이득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만 19세의 어린 선수가 이미 좋지 않은 일로 큰 상심을 겪은 상황에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3년의 징계는 충분히 긴 기간이기에 선수 입장에선 마음이 급할 수 있고 해외 진출 생각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선택을 했을 때 또 한 번 부정적인 시선을 견뎌내야한다. 어린 선수가 그것을 감당하고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이나는 이미 사건이 불거진 이후 한동안 외출도 어려워 할 정도로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발생했을 때 LPGA 선수들 사이에서도 한동안 화제가 됐었다”면서 “미국은 룰 위반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 때문에 해외로 나간다고 해도 적응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했던 김비오의 경우 최초 3년 징계에서 1년으로,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특별 사면된 바 있다.
여자골프의 송보배도 2008년 초청선수로 출전한 KLPGA투어 스포츠서울-김영주골프여자오픈에서 경기 위원의 판정에 항의하며 경기를 기권해 2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는데, 1년 6개월 후 사면됐다.
윤이나와 징계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둘 모두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사면 이유로 들었다.
징계가 내려진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사면’을 생각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이야기지만, 선수 생명을 놓고 향후 거취를 결정해야 할 윤이나로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골프 관계자는 “선수 본인을 생각해도 한동안 외부 활동을 중단하고 재충전과 자기 계발의 시간을 갖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될 것”이라며 “괜한 조급증에 섣부른 판단을 한다면 여론의 부정적 시선을 결코 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책임은 선수가 질 수밖에 없지만, 이번 사건에는 주변 ‘어른’들의 책임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어른들이 멀리 내다보고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