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를 비롯한 블록체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정보는 디스코드나 트위터 등의 SNS에서 공유가 되는데, 결국 목 마른 자가 정보의 바다에서 발품을 팔아 정보를 찾아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업계 사정을 빠르게 확인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언론을 통해서 정보를 얻을 것이다.
문제는 NFT와 블록체인을 설명하는 글을 읽어도 머릿속에 있는 짙은 안개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은 쉽지 않은 기술이고, 이를 이해하려면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5년 동안 경제방송에서 글로벌 블록체인 동향을 설명하는 일을 해온 게임체인의 이광호 대표를 만났다. 그와 함께 블록체인, NFT에 대한 개념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 NFT가 어떤 비즈니스로 확장될 수 있는지, 이 산업에 대해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무엇인지 등을 이야기하고 이를 두 편의 기사로 풀어내려고 한다.
게임체인 이광호 대표, 출처=IT동아
ㅡ본인과 회사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ㅡ블록체인 비즈니스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출처=삼성반도체스토리
“인터넷으로 돈을 보내는 과정은 일원화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인터넷에선 거래에 대한 정보만 교환하고, 실제로 돈을 보내는 곳은 은행이나 금융기관이다. 채널이 두 개로 나뉘어져 있다.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이 과정이 일원화돼 인터넷에서 중개기관 없이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으면 누군가 장부에 손을 댈 수도 없다는 점에 관심을 갖게 됐다.
블록체인은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거래 장부다. 일반적으로 전체 검증자 중 절반 이상이 거래 내용을 검증해야 해당 작업이 인정된다. 즉, 10명 중 4명의 검증자가 잘못 검증을 해도(해킹/위변조 시도) 나머지 6명의 올바른 검증이 존재하면 데이터는 왜곡되지 않는다. 블록체인 기록을 변경하려면 전체 검증자의 51% 이상을 해킹해서 거래 내용이 담긴 블록들을 위변조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 수많은 검증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과반수를 동시에 해킹, 위변조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013년 키프로스는 금융위기 이후로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을 우려해 국민들이 은행 계좌의 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동결한 적이 있다. 누군가가 거래 장부를 조작할 수 없는 블록체인은 기존 시스템과 비교할 때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본다.
ㅡ많은 사람들이 NFT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그 설명이 크게 와닿지 않을 때가 있다. NFT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기술이 필요한 이유도 궁금하다.
출처=셔터스톡
“이제 웹 3.0의 시대다. 웹 3.0은 우리가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이미지나 노래 등의 디지털 콘텐츠에 소유라는 개념을 추가한 것이다. 데이터를 중앙 플랫폼이 아닌 개인이 갖는 것이다. 마이데이터라는 개념과 유사하다(마이데이터란 정보 주체인 개인이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갖고, 이를 원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패러다임을 말함). 쉽게 생각하면, ‘내 데이터를 쓰려면 돈을 내라’라는 것이다.
NFT도 웹3.0이란 패러다임과 맞물린다. 디지털 파일(데이터)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는 게 NFT다. 원본을 만든 창작자가 파일에 대한 정보를 NFT에 기록하면 원본임을 확인할 수 있고, 블록체인에 거래 기록도 저장되기 때문에 소유권도 입증할 수 있다. 즉, 디지털 파일이란 데이터를 개인이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창작자는 디지털 파일 원본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고, 소유자는 디지털 파일의 원본을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됐다. BAYC 같은 경우엔 NFT를 구매하고 저작권을 사용할 권리도 받는다”
ㅡ최근 국내 NFT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멤버십으로 가는 것 같다. 멤버십 NFT는 기존 NFT와 어떻게 다른가?
ㅡNFT에는 사업 계획서와 유사한 로드맵이라는 게 있다. NFT 프로젝트도 목표를 상정해두고 성장하는 비즈니스로 보인다. NFT 홀더들도 NFT를 하나의 사업처럼 보고 있는 건가?
출처=BAYC홈페이지
“NFT 프로젝트마다 기대하는 바가 다르다. BAYC처럼 엄청난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도 있다. 프로젝트가 그렇게 인기를 끌게 되면 자연스럽게 NFT의 가치는 올라가게 된다. NFT를 예술품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훌륭한 작품을 NFT로 만들고 예술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NFT 2차 거래에 대해서 수수료를 받고, 이를 홀더들에게 혜택으로 나눠주는 것도 가능하다”
ㅡNFT의 가치 변동이 커지면서 NFT도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NFT거래소를 운영하는 대표로서 NFT를 구매하기 전 실용적인 팁을 준다면?
“좋은 NFT를 고르는 기준은 다양하다. 로드맵은 사업 계획서와 유사한 역할을 하지만 구속력이 없다. NFT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이를 다 판매하지 못해서 거기서 끝나는 사례도 많다. 이런 경우엔 제작사는 손해를 보지 않지만 구매자는 피해를 받게 된다. 로드맵도 중요하지만, 프로젝트 개발팀의 레퍼런스를 보는 게 필요하다. 이 사람들이 NFT에 투자하는 모습에 진정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개발팀의 설립자가 이미 유명한 NFT를 개발했던 이력이 있다고 하자. 이들이 새로운 NFT프로젝트를 만들고 로드맵대로 이행을 안 한다면, 기존 NFT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레퍼런스를 확인해서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 유명 NFT프로젝트 설립자가 과거에 러그풀(개발자가 투자금을 받고 잠적하는 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NFT 가격이 폭락한 사건이 있었다. 경영자 리스크를 항상 조심해야 한다.
환금성이 좋은 NFT를 구매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동성이 좋아야 팔아야 할 때 쉽게 팔 수 있다. 거래량이 활발하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NFT인지 확인해야 한다. NFT 거래소엔 시간당 거래량이 가장 높은 NFT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거래량이 많은 걸 사는 게 유동성 측면에선 좋다. 이를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서 유료로 비용을 지불하고 거래량 보고서를 확인하는 사람도 있다.”
ㅡ최근 NFT와 관련해 사기를 당하는 사례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NFT가 어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제작됐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가장 인기 있는 체인은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은 수수료가 비싸서 사기에 활용되지 않는 편이다. 거래 수수료가 거의 없는 체인은 조심하는 게 좋다.
또한, 특정 NFT를 구매할 때 다른 NFT에 비해 가격이 너무 저렴한 경우가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오피셜 NFT가 아닐 수도 있다. NFT 입문자들이 가장 많이 당하는 사기다. NFT에 익숙한 사람들은 NFT 프로젝트마다 형성된 가격대가 있는 걸 안다. 그 범위를 벗어나는 상품이면 공식 NFT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한다.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의 경우엔 공식적으로 인증이 된 NFT에 파란색으로 체크 표시를 하기도 한다. 이런 인증이 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ㅡNFT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NFT의 전망은 어떻다고 보나?
출처=엔바토엘리먼트
“NFT는 일종의 레고블록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비즈니스에 유용한 기능으로 접목할 수 있다. 최근 해외에서 여러 게임이 협약을 맺고, 특정 NFT를 갖고 있으면 그 게임에서 대응하는 아이템을 받을 수 있게 한 사례가 등장했다. A라는 NFT를 갖고 있으면 해당 게임에서 슈퍼카 아이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엔 ‘게임이 망하면 아이템은 어떻게 되나?’ 라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이제 게임 아이템과 NFT를 연동해서 데이터를 계속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NFT는 다양한 가능성을 갖춘 기술이다. 산업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탄탄하게 뒷받침되길 바란다”
ㅡ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듣고 싶다.
“이번에 두바이에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 두바이는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크게 육성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많은 블록체인 기업들이 이곳으로 모이고 있어 다양한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는 구체적이면서 좋은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싶다. 사람들이 효용성을 느낄 수 있는 실제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이를 활용하는 게 목표다”
*다음 기사에선 블록체인 산업에서 NFT 비즈니스가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다룬다.
동아닷컴 IT전문 정연호 기자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