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지난해 화제였지요. 이 드라마의 황동혁 감독(사진)과 주연 배우 이정재 씨가 13일 프라임타임 에미상의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74년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은 ‘방송계의 아카데미’로 불립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의 배우나 감독들에게는 좀처럼 상을 준 적이 없어 이번에 오징어게임이 13개 부문 후보로 오른 것 자체가 화제였습니다. 이번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수상은 아시아권 작품으로는 처음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에미상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했습니다. 비영어권 작품에 마치 단단한 성벽 같았던 에미상의 장벽을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넘어섰다는 의미입니다.
황 감독은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의 영화를 만든 사람입니다. 일찍부터 사회 문제와 역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의 첫 작품인 단편 ‘미라클 마일’과 장편 데뷔작 ‘마이 파더’는 입양된 한국 청년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황 감독은 실화나 역사물을 영화로 만들 때 꼼꼼하게 고증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도가니와 남한산성은 이런 장점이 잘 드러난 영화로 평가받습니다. 또 수상한 그녀처럼 따뜻한 코미디 영화도 만들었습니다.
오징어게임에 대한 대중들의 폭발적 호응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드라마에 담긴 메시지의 힘이 컸다고 봅니다. 빈부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젊은 세대는 평생 일해도 집 한 채 사기 어렵습니다. 오징어게임은 이런 메시지를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참신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작품화했습니다. 황 감독의 말처럼 세계인들이 “빈부격차, 자본주의 사회가 갖는 문제점 등을 지적한 주제 의식에 공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녀시대와 싸이의 월드투어가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을 끌어냈습니다. BTS의 빌보드 차트 1위 등극과 아메리칸뮤직어워즈 수상 이후 또 다른 K팝의 해외 진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징어게임 이전에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이 됐고 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은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요.
특정한 문화권의 예술은 서로 강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상식에서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이 에미상을 받는 마지막 비영어권 드라마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오징어게임은 영미권 중심이던 세계 콘텐츠 시장의 벽을 허물었습니다. 한국 드라마, 더 나아가 비영어권 드라마 전체에 ‘선한’ 영향을 줘 이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을 기대합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