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어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6, 7월에 이은 3연속 0.75%포인트 인상이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3.0∼3.25%로 높아져 한국의 2.5%를 크게 웃돌게 됐다. 한미 금리 역전으로 자본 이탈 가능성이 커지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갈래가 잡힐 것으로 기대됐던 한미 통화 스와프는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단숨에 1400원 선을 돌파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14년 8개월 만의 최고치로 끌어올린 건 경기침체를 무릅쓰고라도 8%대 물가 상승세부터 꺾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할 수 있게 되기 전에는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올해 남은 두 차례 금리 결정에서도 인상을 계속해 연말에 4%대 중반까지 기준금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상은 예견된 일이었는데도 한국 외환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한미 양국이 통화 스와프 문제에 대해 ‘금융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 장치 실행을 위해 긴밀히 협력한다’는 원론적 합의에 그친 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통화 스와프를 비중 있게 논의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에 환율 1400원 선이 깨졌다.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간다는 연준의 의지가 분명해짐에 따라 ‘킹 달러’ 현상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를 올려 환율을 낮추고, 수입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세계 각국의 역(逆)환율 전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주요국 중 가계부채 문제가 제일 심각한 한국으로서는 부담스러워도 이들과 보조를 맞춰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정부와 한은은 “불안해하지 말라”고 말로만 할 게 아니라 통화 스와프 체결 같은 실질적 성과를 내놓으며 외환시장을 안심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