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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시작한 등산 덕에 평생 성인병 모르고 살아”[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2-09-23 03:00:00

이재희 국제영어대학원대 총장이 서울 올림픽공원 몽촌토성길을 걷고 있다. 20대 말부터 등산을 시작한 그는 아내와 혹은 친구들과 함께 주기적으로 산을 타며 건강하고 즐거운 100세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기자


1년 6개월여 전 정년퇴직한 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생 즐기던 등산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즐겁고 건강하게 살고 싶었다. 대학 산악반 출신 친구들과는 4시간, 고교 친구들과는 3시간, 아내와는 2시간 산행을 하고 있다. 이재희 국제영어대학원대(IGSE) 총장(67)은 20대 말부터 시작한 등산 덕분에 건강하고 즐겁게 살고 있다. 학창 시절 운동에는 소질이 없어 체력장 만점을 받지 못해 중학교 입시에서 떨어지기도 했지만 주기적인 등산으로 건강은 평생 잘 지키고 있다.

“ROTC로 군대를 마친 뒤 대기업에 취직했다가 맘에 맞지 않는 곳으로 발령 나 그만두고 교직에 몸담았어요. 저도 술을 잘 마시지만 다른 선생님들도 자주 그리고 많이 마시는 거예요. 이러다 죽겠다 싶어 살기 위해 산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렇다고 대한민국 명산을 돌아다니는 전문 등산가는 아니었다. 건강을 위해 집에서 가까운 산을 오르는 수준이었다. 척추협착증 판정을 받은 40대 초반부터 더욱 등산에 매진하게 됐다. 이 총장은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경인교대에 부임해 초임 교수로 열심히 할 때 무리해서인지 척추협착증이 찾아왔다. 의사가 많이 걸으라고 해서 자가용을 버리다시피 하고 버스와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가급적 많이 걸었다. 산도 많이 찾았다. 2년 정도 지나서야 증세가 사라졌다. 하지만 척추협착증은 평생 걸어야 재발하지 않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체가 튼튼해야 건강하다고 하잖아요. 허벅지가 20인치 이상만 되면 성인병이 없다죠. 전 아직 허벅지가 20인치가 넘어요. 지금까지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은 모르고 살았어요. 무엇보다 등산을 하면 잠을 잘 자고 쾌변을 보게 돼 좋습니다. 전 누우면 5분 안에 잠이 듭니다.”

이 총장은 지난해 초 총장까지 지냈던 경인교대를 떠난 뒤 친구들, 아내와의 산행을 시작했다. 그는 “산악반 친구들은 난도가 높은 곳을 가자고 하는데 전 수도권 가까운 산을 고집한다”고 했다. 경기 안양시 인덕원 집 근처 청계산과 관악산, 우면산 등 속칭 ‘대중교통’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산을 탄다. 설악산, 한라산 등 명산들은 많이 가 봤기에 건강을 위해 운동 차원에서 하는 등산은 가까운 곳이 더 좋기 때문이다.

“이젠 높고 멋진 산보다는 안전한 산이 더 좋아요. 코스도 험하지 않은 곳을 고집하죠. 무엇보다 친구들과 사는 얘기 하면서 오르기에는 수도권 산이 좋아요. 하산해 가볍게 막걸리 한잔하고 집에 가기에도 좋죠. 다들 은퇴한 친구들이라 서로의 고민도 얘기하면서 의지도 하고….”

서울대 사범대 시절 합창단으로 활약했던 이 총장은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합창단 출신들과 주기적으로 노래하는 모임을 가졌고, 최근엔 고교 친구들과 중창단을 구성해 매달 함께 노래 부르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는 “100세 시대를 즐겁게 살려면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의미하게 시간만 보낼 수 있다.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며 함께하는 시간도 즐겁다”고 했다.

이 총장은 아내 피순화 씨(64)와 함께하는 시간도 늘렸다. 등산도 함께하지만 정년퇴직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골프도 함께 치고 있다. 그는 “이제 제가 누굴 의지하며 살겠나. 친구도 좋지만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도 중요하다. 가급적 부부 동반으로 산행과 골프를 하고 있다. 여생을 부부가 함께 건강하게 사는 게 최고의 행복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달 초부터 IGSE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산행 횟수는 줄었다. 그는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많게는 주 3, 4회 산에 올랐는데 이젠 주말에만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행히 학교 옆에 올림픽공원 몽촌토성이 있어 시간 날 때 머리도 식힐 겸 자주 걷는다. 짧지만 유익한 시간이다”라고 했다.

이 총장은 ROTC로 임관해 배운 뒤 평생 주기적으로 치던 테니스도 사실상 포기했다. “최근 테니스 치고 나서 발바닥에 통증이 왔다. 이젠 힘이 달려 코트를 뛰어다니기도 힘들다. 조금 무리하면 몸 곳곳에서 이상 반응이 온다”고 했다. 그는 “과격한 운동보다는 즐겁게 사람들과 함께 산을 타는 게 최고의 운동”이라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