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작지만 강한 ‘큐브위성’ 뜬다… “세계시장 발맞춰 기술력 강화해야”

입력 | 2022-09-23 03:00:00

성장하는 세계 큐브위성 시장



심한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박사과정생(왼쪽)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과 성능검증위성에 큐브위성을 장착하는 것을 시험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6월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는 큐브위성 4기도 함께 실려 우주를 향한 도전에 나섰다. 대학 연구실에서 시도하는 최초의 도전이다. 위성과의 통신이 끊겼거나 우주 공간에서의 자세 제어 문제를 겪는 등 우여곡절로 아직 임무에는 착수하지 못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참여한 대학은 물론이고 이들과 협력한 산업계에 큐브위성을 직접 제작할 기회를 제공했다. 초소형 위성에 대한 이해를 높인 것은 물론이고 우주 개발 전문 인력 양성과 우주기술의 저변 확대라는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못 이룬 도전 계속 이어간다

22일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큐브위성 4기 중 서울대와 조선대가 각각 개발한 2기는 통신이 두절됐다. 심한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박사과정생은 “우리 큐브위성은 죽었다”며 “사출 후 초기 10일 동안은 정상 작동했으나 이후 통신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조선대 큐브위성 역시 현재까지 통신을 시도하곤 있지만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연세대와 KAIST의 큐브위성은 통신이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위성 자세 안정화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주공간에서 빠르게 회전(텀블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상적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다. 강대은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박사과정생은 “큐브위성이 너무 빨리 돌고 있어 자세 안정화 시도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세 외에 다른 상태들은 안정적이라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게 두 연구팀의 설명이다.

큐브위성은 적은 예산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구조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져 상업용 위성보다는 임무 수행 성공률이 낮다. 실패하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추정하는 게 쉽지 않다. 연세대 연구팀의 큐브위성 역시 사출 후 통신이 되지 않다가 48일 만에 극적으로 통신에 성공했다. 연구팀들은 이런 일이 또 한 번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의 큐브위성 개발 도전기는 계속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관하는 올해 큐브위성 경연대회에 참가해 또 한번 큐브위성 기술력을 경쟁한다. 대학에 남아있는 인원과 졸업 후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들이 함께 참여한다. 큐브위성 개발에 참여한 박태용 조선대 스마트이동체융합시스템공학부 연구원은 “민간이 우주개발을 이끌어간다는 ‘뉴스페이스’ 시대 트렌드에 따라 기업에서 도전을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20일 “지방대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의기소침하기도 했다”면서도 “누리호라는 국가적으로 큰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위성 기술력을 쌓았다는 것에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 경험과 기술력 쌓아 경쟁력 높여야

큐브위성은 보통 수십 kg, 작게는 수 kg의 위성을 일컫는다. 크기는 작지만 영상 촬영, 과학 실험 등 우주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오히려 중대형 위성들에 비해 개발에 따른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초기 투자 대비 높은 이익률이 기대된다. 상업용, 군사용 등 다양한 수요를 발굴할 수 있는 장점을 앞세워 큐브위성 제작과 부품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도 다양한 공공서비스에 큐브위성 활용을 준비하고 있다. 큐브위성 군집운용 구축을 통해 우주환경 감시나 준실시간 지구관측 등 기존 대형 위성과 임무를 차별화하고 공공 서비스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부산시의 해양관측용 큐브위성 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국내 큐브위성 개발기업 ‘나라스페이스’가 맡고 있다.

미국은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서는 큐브위성이 달의 물 분포와 표토의 화학성분을 분석하는 임무를 맡는 등 해외에서는 이미 큐브위성을 적극 활용 중이다. 큐브위성 포털 ‘나노샛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1897기의 큐브위성이 우주에 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마크그룹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큐브위성 시장은 약 2억4730만 달러(약 3444억 원) 규모다. 2027년까지 20.51% 성장률을 보이며 7억3110만 달러(약 1조184억 원)까지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커지는 시장에 발맞춰 한국도 큐브위성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큐브위성을 자주 우주로 쏘아 올려 관련 기술력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간 발사 기회가 적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누리호 발사와 같은 경험은 무척 값지다”며 “절대적 발사 기회를 늘리다 보면 큐브위성 기술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